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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롯데①)PF 위기 충격파…롯데그룹 재무 부담 가중 악순환
롯데 현 회사채 20조 규모…추가 자금 조달 불가피한 상황
입력 : 2023-02-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해 초겨울 업계에서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랜 세월 시공능력평가 탑(Top) 10 그룹을 형성해온 롯데건설이 레고랜드 발(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부실 사태와 함께 유동성 어려움을 겪으며 부도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죠. 다행히도 이 사태는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이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어느 정도 수습됐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충격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가 거미줄처럼 복잡한 체계로 계열사 간 연결돼, 재무 부담에 따른 충격파가 그룹 전반에 두루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재무적 사안 말고도 성장 동력 정체, 상장 문제 등 다양한 리스크 극복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뉴스토마토>는 이 같은 롯데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진단하고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롯데그룹은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잔액만 5조원이 넘는 데다 다양한 신사업 투자도 전개해야 하는 만큼 적잖은 지출 출혈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시중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부정적 신용등급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사 대비 불리한 여건의 자금 조달 금리를 수용하고 있어, 추후 그룹 전반에 걸쳐 재무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코스콤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보유한 회사채(여전채 포함) 잔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20조원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현대차그룹, SK그룹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롯데그룹이 국내 재계 순위 5위의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채권 발행 규모는 상당히 크다 볼 수 있습니다.
 
이중 롯데그룹이 올해 갚아야 할 채권 잔액은 5조7490억원 규모이며, 내년에는 6조4520억원입니다. 전체 회사채 잔액 중 절반가량이 내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셈입니다.
 
롯데그룹 연도별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하지만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은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작년 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 총 8개 계열사에 대한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수정한 바 있습니다. 대기업 계열사 전망이 이렇게 무더기로 조정된 경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문제는 롯데그룹이 올해에도 상당한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롯데 입장에서는 부정적 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데 당연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롯데와 같이 자금 조달의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급한 기업들에게 회사채 시장은 이에 상응하는 높은 금리를 매기기 마련입니다.
 
롯데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롯데건설이 지난달 9일 메리츠증권과 맺은 투자 협약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열린 이번 협약은 메리츠금융그룹이 선순위 대출로 9000억원, 롯데그룹이 6000억원을 출자해 1조5000억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9000억원의 경우 선취 수수료를 포함해 12% 수준의 금리가 매겨졌는데, 상생 금융 협약이라 하지만 비슷한 규모 건설사의 PF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금리 수준이 5%를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금리라 할 수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이 협업을 넘어 롯데그룹의 힘든 상황을 십분 이용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계열사들 역시 대체로 높은 수준으로 채권 발행에 나섰습니다. 1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준비 한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달 16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총 5390억원의 주문을 받았고, 금리도 2년물과 3년물 모두 1bp(베이시스 포인트, 1bp=0.01%포인트)로 민간 채권평가사 평가금리(민평금리) 대비 15~20bp로 높은 수준에 금리를 확정했습니다. 호텔롯데 신용등급은 'AA-'로 AA 등급 중에서는 가장 낮습니다.
 
이틀 후 1000억원의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렌탈의 경우 4280억원의 주문을 받았지만 민평금리 대비 2년물은 +15bp, 3년물은 +40bp로 정해졌습니다. 또 지난달 26일 진행된 롯데하이마트의 12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는 1510억원의 주문 발생에 그쳤고,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무려 85bp가량 높게 책정됐습니다. 역시 언더 발행에 실패한 것이죠.
 
통상적으로 회사채 금리가 민평금리 대비 높게 이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회사채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들어 포스코(3조9700억원), LG화학(3조8750억원) 등 우량채 수요예측에 수조원의 자금이 몰리며 민평금리 대비 두 자릿수 언더로 발행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의 오버 발행은 사실상 흥행 참패나 다를 바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렇듯 롯데그룹이 전반적으로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그룹 전체를 견인하는 유통, 화학 모두 수익성 악화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롯데의 재무 부담에 대한 의구심은 올 한 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으로 수요예측에 나서는 계열사들 역시 채권 발행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롯데지주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부여한 이유는 계열 지분 투자와 관련해 자체 재무 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 IB 애널리스트는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은 점이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특히 케미칼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높은 원가 부담 지속 요인에 따른 추가 투자 자금 소요 가능성이 있어 평가 기관의 집중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 등급 추가 하향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며 이는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및 경영 부담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로서는 화학, 유통 등 산업의 업황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해 롯데그룹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레고랜드 발 PF 사태에 따른 여파로 전체적으로 시중 금리가 올라갔고, 계열사들 간에도 이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에 따라 채권 발행을 하는 데 있어 금리가 다르게 책정되는 것 같다"며 "우리 그룹의 채권 금리가 특별히 다른 기업에 비해 눈에 띄게 높게 매겨진다고 보진 않는다. 아울러 올해나 내년 등 기존 예고된 채권 잔액 상환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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