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증시 랠리에 연초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메자닌(주식연계채권)의 권리 행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들 주식관련 사채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고, 내리면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CB 등이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수급상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전환 규모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CB·BW 주식전환 청구 급증
표=뉴스토마토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국내 상장사에서 발행한 CB와 BW의 주식전환 청구건수는 총 66건으로 지난해 동기(47건) 대비 19건 증가했습니다.
주식관련사채들의 주식전환의 급증은 올해 들어 국내증시가 급등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올해 국내증시에서 유가증권과 코스닥지수는 각각 9.50%, 13.65%상승했습니다. CB와 BW 등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입니다. 일정 기간 이후 채권자의 주식전환청구가 있을 때 정해진 조건대로 발행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CB와 BW 등 메자닌에는 통상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약정이 붙습니다. 주가가 하락할 땐 CB의 규모에 따라 주식전환가격을 낮춰 더 많은 주식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작년 국내증시가 급락하면서 메자닌의 전환가액 조정도 이어졌는데요. 지난해 하반기 리픽싱 건수는 599건. 전년 동기(475건) 대비 26.1% 증가했죠. 결국 같은 규모의 메자닌을 통해 더 많은 주식을 전환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올해 연초 주가가 상승하면서 메자닌 투자자들은 주식전환을 통해 더 많은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죠. 일례로
나노(187790)의 경우 올해 들어 3건의 CB(5회차)주식전환 청구를 진행했습니다. 총전환 규모는 18억3000만원. 나노는 지난해에만 6건의 리픽싱을 진행했죠. 리픽싱을 통해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발행당시 1828원에서 1087원까지 낮아졌습니다. CB투자자들은 주식전환을 통해 이날 종가 기준(1299원) 19.5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메자닌의 주식전환 청구는 기존 투자자들에겐 악재로 통합니다. 기존 주가대비 저렴한 신주물량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수급에 의한 주가하락. 즉,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죠. 매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규모의 신주 발행이 이뤄지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발생합니다.
CB 오버행 부담 HMM, 고점 대비 60%↓
실제 메자닌의 주식전환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흠슬라’라 불리며 급등했던
HMM(011200)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HMM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와 글로벌 병목현상 등으로 해운업황이 호황을 타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HMM은 지난 2021년 고점(5만1100원) 대비 60%가량 급락한 2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해운업황 사이클이 종료된 영향도 있지만, 대규모 CB의 주식전환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CB 전환가액은 5000원. 주식 전환 시 전체 지분의 3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사
탑코미디어(134580)가 CB의 전환권 청구로 급락했습니다. 지난해 12월8일 탑코미디어는 전 거래일 대비 14.45% 급락했는데요. 전일 탑코미디어는 87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발행될 신주물량은 총 285만589주로 발행주식총수(1311만3585주)의 21.74%에 달했습니다.
소니드, 발행총량 57% CB 주식전환 대기
소니드의 경우 최근 21회차 CB 10억원(발행주식의 1.30%)을 주식전환 청구했습니다. 해당 CB의 잔액은 총 230억원. 발행주식의 31.10%입니다. 20회차 CB 200억원(25.92%)까지 전환될 경우 신주 물량은 발행주식의 57.02%에 달합니다. 나노(12.74%)와 이루다(19.55%), HLB테라퓨틱스(8.26%)도 대규모 CB의 주식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 하락으로 저렴해진 CB들이 대규모로 주식전환 될 경우 수급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오버행 우려 종목들을 미리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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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