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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랩지노믹스, 클리아랩 인수 정지작업 시작…유증 가능성 '모락'
최대주주 보유 CB 전환 행사하면 발행 한도 넘어
입력 : 2023-02-09 오전 8: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7일 17: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사모펀드(PEF) 품에 안긴 랩지노믹스(084650)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발행 가능한 주식 한도를 1억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새로운 최대주주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가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취득한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발행주식총수가 현재 한도치를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클리아랩 인수에 앞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랩지노믹스 본사가 위치한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 (사진=코리아바이오파크)
 
랩지노믹스는 오는 3월10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안을 상정키로 했다. 기존 발행주식의 총수는 4000만주였으나, 이번 정관변경을 통해 1억주로 2.5배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이번 주총은 루하PE가 랩지노믹스의 최대주주로 들어선 이후 처음 개최되는 것이다.
 
랩지노믹스 발행주식총수 변경 안건. (사진=랩지노믹스 이사회 회의록)
 
현재 랩지노믹스의 발행주식총수는 3711만9995주로 4000만주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까진 1133만541주였으나,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가 진행되면서 2266만1082주가 신규 발행됐고, 올 초 루하PE가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에 따라 312만8372주가 추가 발행됐다.
 
루하PE는 랩지노믹스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취득한 바 있다. 루하PE가 해당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513만836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15.1%에 해당한다.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루하PE의 지분은 12.71%에서 22.37%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 경우 회사의 발행주식총수 또한 4225만831주로 늘어나 기존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즉,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루하PE는 CB 전량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랩지노믹스의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관을 변경하지 않으면 유·무상 증자 등 신주 발행을 결정할 수 없는 만큼, 미리 발행주식수 한도를 늘리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상장기업이 발행주식 한도를 늘리는 것은 유상증자나 신주 발행에 앞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주를 찍어내는 것 외에도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 여력을 쌓을 수 있어 다양한 자본 확충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랩지노믹스는 총 1300억원 규모의 미국 클리아랩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클리아는 미국 실험실 표준 인증으로 클리아랩은 이를 보유한 시설·기관을 뜻한다. 클리아랩을 갖고 있으면 별도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과정 없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진단기업 일부는 클리아랩 인수를 미국 진출에 앞선 절차로 인식한다. 또한 빅마켓인 미국 시장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매출·영업이익 증대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미 랩지노믹스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클리아랩 1곳에 대한 인수를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곳 이상을 인수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목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랩지노믹스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약 1057억원(연결기준)으로 클리아랩 인수 규모에 다소 못 미친다. 계획대로 M&A를 진행하려면 4~5개월 안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또한 잉여현금흐름(FCF)이 –60억원으로 적자여서 영업활동을 통한 실탄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FCF가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유상증자가 아닌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랩지노믹스의 정관상 CB 잔여 발행한도는 822억8000만원이다. 최대 800억여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향후 투자자의 전환청구권 행사를 고려하면 발행주식 한도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랩지노믹스는 당장은 유상증자나 CB 발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발행주식총수 한도가 4000만주인데, 최근 발행된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4000만주를 넘게 된다”라며 “유상증자 계획을 잡고 한도 확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자금조달 계획에 관해서도 “아직 계획된 바는 없고, 회사 내부에 있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서 클리아랩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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