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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겨울의 무게
입력 : 2023-02-10 오전 6:00:00
난방 효율이 떨어지는 집에 사는 이유로 기자의 겨울 준비는 꽤 철저했습니다. 네 식구 겨울 내의를 종류별로 10만원 어치 넘게 구입했고, 유난히 난방이 약한 안방에 세워 둘 '컨벡션 히터'라는 난방 기기도 마련했습니다. 지역난방으로 가동되는 보일러 역시 '효율적인 작동방법'을 검색하고 여러 방안을 시험해본 후 가장 효율적인 구동방식을 찾았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잠옷 안에 내복은 기본이구요. 실내 온도는 18도로 맞췄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들었습니다.
 
1월이 되자 가는 곳마다 난방비가 화제였습니다. 대부분이 "이렇게 오른 줄 몰랐다", "앞으로는 어떻게 사나", "어떻게 아껴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등 난방비가 오를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부터 수십 만원에 달하는 난방비로 가계 경제가 허덕일 것 같다는 우려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이들 사이에서 속으로는 "그래도 선방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답니다.
 
난방비 요금고지서를 받아든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하자 정부가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고 이전 정권 탓만 하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중산층과 서민 난방비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위기만 모면하고 보려는 미봉책에 불과해보입니다. 에너지 지원비를 중산층에까지 확대할 경우 향후 난방비가 오르면 정부가 보조해준다는 인식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겨울철 반발에 반바지 입고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난방비를 지원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방 원료가 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했습니다. 가정용 가스 요금도 지난해 줄곧 인상됐습니다. 이같은 소식을 알고 챙기며 겨울 난방에 미리 대비한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백번 양보해 추위를 이겨내는 것은 개인의 몫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난방비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고, 가격 인상에 따른 생활 요령과 절약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지 않을까요. 난방비의 가격구조와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정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겨울은 유난히 생활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계획대로 소비해야하는 보통의 가정에서는 부담스러운 계절이거든요. 단적으로 겨울 겉옷은 타 계절 옷보다 50%가량은 비쌉니다. 각종 방한 용품과 난방비까지 추위를 방어하고, 이겨내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듭니다. 실내 적정온도 선에서 적당한 옷을 입고 지내며 겨울을 이겨내려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당국자들이 보통 월급쟁이 서민들이 느끼는 '겨울의 무게'를 인지하고 헤아려, 난방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애써주었으면 합니다
 
이보라 금융팀장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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