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햄버거 업계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입니다.
다만 햄버거가 서민층의 대표적인 외식 품목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릴레이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햄버거 업계의 가격 인상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는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9일 햄버거 업계에 따르면 KFC는 지난 7일 버거·치킨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KFC의 대표 메뉴인 징거버거는 5300원에서 5500원으로 200원 올랐습니다. 또 오리지널 치킨 가격은 한 조각에 2900원에서 3000원으로 100원 인상됐습니다.
KFC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7개월 만의 일입니다. KFC는 앞서 지난해 1월과 7월 두 차례 가격을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KFC 측은 공지를 통해 "원부자재 가격 및 공공요금 등 모든 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가격 안정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불가피하게 이달 7일부터 가격을 소폭 조정하게 됐다"며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정되는 메뉴와 가격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햄버거 가격을 가장 먼저 올린 곳은 롯데리아입니다. 롯데리아는 앞서 이달 2일부터 총 8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00~400원 인상한 바 있습니다. 평균 인상률은 5.1%입니다.
대표 제품인 불고기버거 및 새우버거의 경우 단품 기준으로 가격이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랐고, 세트 메뉴는 6600원에서 6900원으로 조정됐습니다.
아울러 샌드위치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 써브웨이도 이달 1일부터 총 34종 샌드위치 판매 가격을 평균 9.1% 높였습니다. 15㎝ 샌드위치는 583원, 30㎝ 샌드위치는 982원 인상됐습니다.
고물가 기조로 제반 비용의 상승에 따라 부득이하게 가격을 높이게 됐다는 업계 이야기도 일리는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전년 같은 달 대비 5.2% 상승했습니다. 또 이는 전월 상승률(5%)보다 0.2%포인트 높습니다.
지난해 6%대의 고공 물가 행진을 기록했을 때보다는 상승폭이 낮아졌고 일각에서 추후 물가 상승세의 지속적인 둔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절대적인 수치만으로는 여전히 고물가 기조가 이어진다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이달 5%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며 향후 물가 경로 상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업계 선두 업체를 필두로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인상 주기가 1년에서 반년 단위로 짧아지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압박이 워낙 심하다 보니 업계가 비용 부담 상승에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 자체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문제는 앞으로도 업체들이 인상 분위기에 편승해 연쇄적으로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가격 인상 주기도 예년에 비해 짧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한 롯데리아 매장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