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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만나다)진보라 무아미 대표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은 평등해야"
코로나19 여파로 뒤처진 아동 문화 교육 위해 창업
입력 : 2023-02-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이제 빠져 나오고 있는 중이지만 최근 3년간은 유·아동들에게 특히나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마스크를 꼭꼭 써야하는 탓에 타인과 교류할 기회를 빼앗겼고, 한참 돌아다니며 경험해야 할 나이인데 집안에 오랜시간 발이 묶였습니다. 국내 곳곳을 탐방하기는커녕 집 앞 놀이터조차 마음 놓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유·아동들의 문화·예술 학습 능력은 뒤처졌고, 또래 간 학습 격차도 심화했습니다.
 
진보라 무아미 대표가 9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전문대학 캠퍼스타운에서 홈트래블키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진보라 무아미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린이들의 문화·예술 학습 중단율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프랑스 유학파 미대생이었던 진 대표는 "거제도가 본가인데 미술을 전공하면서 서울과 지방 간 문화·예술 인프라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자랐다"며 "모든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제약 없이 문화를 접하며 배울 수 있도록 어린이들을 위한 여행 교구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진 대표가 2021년 무아미를 설립하게 된 계기입니다.
 
무아미는 명지전문대학 캠퍼스타운 사업 소속 입주기업으로, '매일매일 집에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6~8세를 대상으로 한 홈트래블키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제주도, 충청도 키트가 제작 완료됐습니다. 전국 키트의 경우 체험단의 요청에 따라 영문판으로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홈트래블키트는 이번 달 말에 와디즈 펀딩을 거쳐 3월부터는 고객들에게 공식 판매될 예정입니다. 
 
홈트래블키트는 하루에 1장씩 각기 다른 주제로 여행을 하는 콘셉트의 제품입니다. 코로나19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녹여냈습니다. 퀴즈나 게임도 접목해 양육자와 함께 즐겁게 한국 문화와 지리를 익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문과 컨설팅을 통해 수정을 거듭해 탄생한 놀이 겸 학습 교구입니다.
 
진 대표는 단순히 일회성 교구로 그치지 않도록 제품의 다회 사용에도 욕심을 냈습니다. 지도는 면 100%의 손수건으로 만들어 위생 용도나 인테리어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자에도 끈을 달아 여러 번 사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신경 썼습니다.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캐릭터 비누는 게임에서 말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에 신경을 쓰면서 지난해 무아미는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 대표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제품의 더 많은 부분을 친환경 관점에서 신경쓰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홈트래블키트 제품에는 어르신들의 손길도 담겨있습니다. 공장에 모든 제품의 세부적인 생산을 맡기기가 부담스러웠던 진 대표는 은퇴한 전문가들이 시니어클럽에서 봉제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진 대표는 시니어클럽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홈트래블키트의 라벨, 오버로크, 자수 등의 작업을 맡기고 있습니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홈트래블키트의 실제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 대표는 당초 계획과 틀어진 부분도 많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당초 진 대표는 정기 구독서비스로 키트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매달 새로운 주제의 키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첫 키트를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정기 구독서비스는 차후 목표로 밀려나게 됐습니다. 처음 선보인 전국 키트의 경우 디자인과 기획, 내용 수정 등으로 완성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후 개발된 키트는 그보다 제작시간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정기 구독서비스를 곧바로 실행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KC인증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진 대표는 "연령에 따라 KC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다르고 확실하게 분류되지 않는 애매한 부분도 있어 여러 번 수정을 거듭했다"며 "결국 비누로 만든 말은 키트에 포함되지 못하고 사은품으로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음에는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면서 목숨을 걸었었지만 생각대로 되는 게 없더다"며 "좌절을 겪으며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 융통성 있게 일을 대하게 됐다. '이것만 하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보완을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한 '강한 소상공인 최종 피칭 대회'에서 수상한 진 대표는 어린이 그림을 와펜 등으로 재제작하는 파트너사와 함께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다양한 분야, 다양한 업력의 소상공인들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됐다고 진 대표는 평가했습니다. 분야가 제한적인 벤처 영역과는 달리 더 다양한 기업을 만나면서 오히려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고 진 대표는 전했습니다.
 
진 대표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가능성이 다른 것 같다"며 "평범한 동네 공방이나 동네 마트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이들이 기업가형 소상공인인 것 같다"고 정의했습니다. 그는 "이런 소상공인들은 다른 기술과 아이디어를 만나면 더 크게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아미는 현재 한 가족호텔 측과 호텔 웰컴키트로 홈트래블키트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시작은 아동을 대상으로 했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제품도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 대표의 목표입니다. 펜, 메모지, 굿즈 등의 제품도 함께 출시해 무아미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지적재산권(IP)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입니다. 향후에는 영문판을 통해 한국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도 꿈꾸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진 대표는 '양육자'라는 표현을 고수했습니다. 진 대표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어린이 관련 제품이나 교구, 완구를 만드는 업체에서는 구매자를 대개 '부모'로 통칭해 부릅니다. 모든 어린이가 부모 손에 크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진 대표는 양육 주체자는 다양할 수 있고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부모라는 표현보다는 양육자가 맞다고 생각해 이 표현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평등한 문화·예술 교육을 꿈꾸는 진 대표는 앞으로도 사용자들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무아미의 발전을 거듭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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