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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10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주식을 되팔 권리) 분쟁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교보생명이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는 물 건너갔고, FI와 형사 소송 2심도 패하면서 최대주주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회사는 지주사 전환 카드를 내놨지만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에 <IB토마토>는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과 지주사 전환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교보생명이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 풋옵션 분쟁은 대법원으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재판부가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양측의 대치구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교보생명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2심 판결의 핵심은 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 사이 이뤄진 논의가 ‘짜고치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피니티 측에 따르면 재판부는 “가치평가 업무에서 평가자와 의뢰인이 논의를 주고받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보고서 발행이 안진 회계사들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은 객관적 증거에 비춰 어긋난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에 대한 풋옵션 행사를 위해 안진에 가치평가를 의뢰했는데, 교보생명 측에서는 양측이 서로 짜고 풋옵션 가격을 부풀렸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풋옵션 행사 결정은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일 당시 3년 내 기업공개(IPO)를 시행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시행하겠다는 계약에 따른 것이다.
(사진=교보생명)
이번 재판의 혐의는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교보생명과 검찰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244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관련 사안들을 공모했다고 지적했다. 통상의 의견교환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안진 회계사들이 가치평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부당한 금품을 받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당시 어피니티 측이 감정평가에 따라 제시한 주식 가치는 주당 40만9000원이다. 어피니티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는데, 콜옵션에 따라 신 회장이 이를 다시 회수하려면 2조123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 1조원 규모의 격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어피니티 측에서는 교보생명 주식 평가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풋옵션 가격의 정당성을 실질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피니티는 신 회장이 법원 판결에 승복하고 풋옵션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보생명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다수의 공모 정황과 증거가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의 상고하고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면 대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회사 측은 내다봤다. 즉 이전 판결에서는 증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에 가서 기존 판결을 뒤집는 것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1심과 2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면 대법원에서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을 다루는 만큼 법률 다툼의 방향성도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사실관계 판단을 하지 않고 1~2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률적인 부분에 대해 판단한다”라면서 “다만 대법원에서 해당 쟁점을 얼마나 주의 깊게 들여다볼 것인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는 이슈에 방향성이 부합하는지 등 정책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은 대법원 상고를 기대하면서 한편으론 이번 재판이 실질적인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여부와 별개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혐의가 공인회계사법 위반에 국한된 만큼 회계사와 FI 관계자의 부당한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지, 보고서에 나온 가격의 적정성을 다루고 그것을 정당화한 것이 아니란 주장이다. 이는 법원 판결에 따라 무죄가 성립하더라도 가격 산정의 적정성은 또 별개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교보생명 측은 풋옵션 행사 당시 회사의 IPO 공모 예정가는 크레디스위스 평가 기준 주당 18만~21만원이며
NH투자증권(005940) 기준으로는 24만~28만원 수준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 2021년 국제 중재판정부(ICC) 판정에서 신 회장이 41만원 수준에 풋옵션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고 강조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법원 상고의 주체는 교보생명이 아니라 검찰이기 때문에 진행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바가 없다”라면서 “다만 2심 당시 재판부에서는 검사 측이 제기하는 문제 상당수를 공감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검사 측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상고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보생명의 입장은 IPO를 통해 적정한 가격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주식 시장에 상장됨으로써 객관적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라며 ”FI 측에서 협조적이지 않으면서 지난해 거래소 승인이 되지 않았다. FI서는 이미 가격 산정을 끝냈다고 보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부분이 다른 상황이다. IPO는 당장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