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택시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가맹기사가 승객과 더 가까이 있는데도 가맹기사에 우선배차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는 아예 배차하지 않는 식입니다.
가맹택시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관련 시장에서 독점에 가깝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등이 운영하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카카오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 100% 자회사인 KM솔루션(대구·경북 외 지역)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을 투자한 DGT모빌리티(대구·경북 지역)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이번 건은 2020년 1월 택시 사업자단체의 신고를 받은 공정위가 조사 후 3년여 만에 낸 결론입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20일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가맹기사에 일반호출을 우선배차하는 식으로 콜을 몰아줬습니다.
구체적으로 비가맹기사가 콜을 부른 승객과 더 가까이 있어도 가맹기사가 일정 픽업시간(6분) 이내에 있으면 우선배차했습니다. 픽업시간은 택시가 콜을 수락한 후 승객에 도착하는 예상시간을 말합니다.
또 수락률이 높은 기사에게 콜을 먼저 배차하는 알고리즘도 적용했는데, 애초부터 비가맹기사에 불리한 구조였습니다. 가맹기사는 '콜멈춤'을 누른 건만 거절로 분류했지만 비가맹기사는 '수락' 버튼을 누른 콜을 제외하고 모두 거절로 간주돼 수락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울러 가맹택시에는 수익성이 낮은 1km 미만 단거리 배차를 제외·축소하는 알고리즘도 적용했습니다.
공정위는 카카오T블루 같은 소비자가 호출에 대해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서비스가 아닌, 일반호출에도 차별적 알고리즘을 적용한 점을 문제로 봤습니다. 일반호출에 대해서는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에 모두 동일한 '카카오T택시 기사용 이용약관'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또 알고리즘 조작으로 운임 수입이 높아져 가맹기사를 늘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실제 해당 알고리즘을 적용한 기간 가맹기사는 비가맹보다 월 평균 약 35~321건의 호출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운임 수입은 비가맹기사보다 1.04~2.21배 더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수는 2019년 말 1507대에서 2020년 말 1만8889대, 2021년 말 3만6253대까지 급증했습니다. 관련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14.2%, 51.9%, 73.7%로 확대됐습니다.
공정위 측은 택시가맹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되거나 다양성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독점 강화로 가맹료 인상과 가맹호출 수수료 인상이 쉬워져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특정 시장(일반호출)의 지배력을 이용한 자사우대를 통해 다른 시장(택시가맹 서비스)으로 지배력을 전이, 경쟁을 제한한 행위"라며 "택시 일반호출 시장·택시가맹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촉진·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고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과 역동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등이 운영하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습니다. 표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추이. (출처=뉴스토마토)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