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면 내 탓, 안되면 남의 탓"
자유시장 경제체계에선 일을 벌린 쪽에서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합니다. 판단이 옳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을테고, 실패하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건 당연한 명제입니다.
이익이 나면 내가 잘한것이니 우리끼리 나눠 갖는거고 안되면 정책을 낸 정부가 도와줘야한다는 발상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무책임한 발상인거죠.
그러나 요즘 보면 최대 영업이익을 냈을 땐 "엄연한 민간기업이자 주식회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정할 부분 인정해줘야",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서 부담스럽다" 등의 표현으로 '내 탓'이란 점을 알리고, 손해가 발생했을 땐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개입해야" "정상화 지원해야" 등의 용어로 '너의 탓'으로 이렇게 됐으니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막대한 수입을 낸 은행권과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건설업계 이야기인데요, 정부가 은행권에 사회 공헌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할 수 있는 건 외환위기 등으로 어려웠을 시기 은행을 살리는데 세금이란 공적 자금을 투입해줬기 때문입니다. 규제 산업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죠.
건설업계는 나날이 가격이 올랐던 부동산 호황기에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했던 문어발식 사업과 후분양이 큰 부담으로 돌아오자 이젠 혈세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달라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는데요, '내 덕'으로 잘됐던 부동산 황금기에 번 최대 이익으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정부도 책임이 있으니까 문제가 생기면 재정을 투입해줘야 하는거에요, 우리나라 기업들 규제가 많다, 어떻다 하지만 굉장히 편하게 장사하는거에요, 정해준대로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정책자금 다 쏟아부어서 구해주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간섭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힘들 때 당당하게 '기댈 곳'이 되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앞으론 시장에 자율권을 주고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잘 될 때는 내 덕으로 돈 많이 벌어서 나눠가졌으니, 시장 판단을 잘못했거나 불황에 대한 대비를 안했을 땐 망할 수도 있는게 시장 논리라는겁니다. 그러면서 판단과 책임을 시장에 맡기지 않으면 이같은 상황은 몇 년주기로 항상 되풀이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검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