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금융사의 약관을 손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그간 금융협회 및 금융사들이 혼선을 겪던 불공정 약관 사례를 뚜렷하게 정의했는데요. 앞으로 금융사의 약관심사 역량 등 내부통제가 강화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1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손잡고 '금융 분야 불공정약관 개선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관계기관은 4개 금융협회(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금융투자협회)와 6개 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기업), 4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카드), 2개 저축은행(페퍼·하나저축은행) 등입니다.
오는 23일엔 여신금융협회에서 금융사 실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약관심사 실무 설명회를 열고 세부적인 사항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해온 불공정약관의 주요 유형은 △계약해지 사유를 추상적·포괄적으로 규정한 조항△부당한 사업자 면책조항△사정통지·최고절차 미비 △약정기간 자동 연장 조항 등이 있습니다.
상품 약관에 따르면 금융사는 고객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와 고객이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데요, 금감원과 공정위는 사업자에게도 일부 귀책사유가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며 고객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한 통지의무 불이행으로 사업자가 면책받는 것은 불공정 약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약관에 자주 쓰이는 '사유 발생 즉시 기한의 이익 상실'과 '제휴 서비스는 사전 예고없이 변경될 수 있다'는 조항도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고객이 사전에 알아야할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사전 통지 및 최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의사 표시나 해지 요청이 없는 경우 상품이 자동 연장되는 약관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거래 제·개정 사례를 들어 유사한 위반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은 네비게이션에 등록된 사용자 정보를 이용해 본인 인증과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차량 네비게이션 결제 서비스 약관애 대해 개정을 지도했습니다. 전자상거래에서 요구되는 본인인증 요건에 미흡하고 운전자와 네비게이션 등록 사용자가 다를 수 있다고 본겁니다. 다만 여전업감독규정에 따라 본인 확인 생략 가능한 5만원 이하 거래에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합니다.
금융사가 신고한 약관을 불수리한 사례도 공개했습니다. 예금주(피투자기업)이 동의(매년 1회)하면 기업간 거래내역을 제3자인 투자기업이 지속적으로 조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인데요, 금융실명법과 금융위 유권해석 등을 고려한 결과 약관 불수리를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법상 금감원은 은행·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로부터 신고받은 (제·개정)약관을 공정위에 통보하고 공정위는 이를 심사해 약관법을 위반하는 점을 시정 요청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업계의 약관 심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내부 통제 강화를 유도하면서 금융거래 분야 불공정약관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업계의 애로·건의 사항을 업무에 반영하는 등 약관심사 관련 이슈를 신속히 해소해 금융회사의 신상품 도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