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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성부부도 피부양자 자격 인정"…1심 뒤집혀
재판부 "인정 않는다면 성적지향 이유로 한 차별대우"
입력 : 2023-02-21 오후 2:39:54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동성 결합 상대방의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3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21일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이는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은 판결입니다.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다만 사실혼 관계 인정은 아냐
 
2심 재판부 역시 소씨와 동성인 김용민 씨의 혼인을 현행법령의 해석론상 이성 간의 결합을 전제로 하는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보긴 했습니다.
 
다만 이들에 대해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며 '동성 결합 상대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실혼과 비교 대상이 되는 동성 결합은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에 대한 상호 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한다"며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따라서 행정청인 피고가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 대상이 돼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 "현행법상 부부는 남녀 결합"원고 패소
 
앞서 이들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 해당하는지 건보공단에 문의했습니다.
 
공단은 가능하다고 답변했고, 소씨는 건보공단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연이 언론에 알려지자 같은해 10월 건보공단은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로 하고 보험료를 새로 부과했습니다.
 
이에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임에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아울러 "민법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을 모두 모아보더라도 혼인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고 판단되고, 이를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씨 측 대리인 박한희 변호사는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국가가 법적 권리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며 환영했습니다.
 
당사자인 소씨 역시 "우리 부부를 비롯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그동안 어떤 불평등에 놓여있었는지 사법부 판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아직 판결문을 확인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일단 대법원까지 지켜보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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