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 열풍과 함께 수익형 부동산의 핵심 축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꼬마빌딩이 근래 고금리 기조에 극심한 거래 절벽 상태에 내몰렸습니다.
꼬마빌딩은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거래량이 반토막 난 것은 물론, 가격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임대 수익 획득에 초점이 맞춰진 상품이다 보니 고금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입니다.
이는 일반 주택 가격이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연착륙 정책 시행에 하락세가 조금씩 둔화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죠.
서울 광화문 일대 빌딩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23일 토지·건물 정보 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작년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는 220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3926건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거래량이자, 관련 통계 집계가 실시된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아울러 상업·업무용 빌딩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꼬마빌딩 거래도 작년 476건에 그치며, 전년 833건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습니다.
꼬마빌딩 업황이 쪼그라들면서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밸류맵 조사에 따르면 서울 꼬마빌딩의 3.3㎡당 평균 실거래값은 대지면적 기준으로 지난 2019년 5948만원, 2020년 6529만원, 2021년 7852만원 등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지난해 9월에는 1억원을 넘으며 고점을 형성했습니다만 올해 연초 8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꼬마빌딩, 임대수익에 초점…금리 인상에 취약
이처럼 꼬마빌딩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3.5%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는 지난 2021년 8월 이후 1년 반 동안 무려 3%포인트나 상승했고, 특히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인상되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기에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뤄진 셈이죠. 더욱이 당분간 기준금리가 3.5%에 머무른다 해도 고금리 흐름이 유지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주택의 경우 가격이 내려간다 해도 투자자 입장에서 최소 거주하면 되고, 다주택자라 해도 꼬마빌딩에 비해 세를 놓기 쉽습니다. 하지만 꼬마빌딩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사실상 임대 수익 획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꼬마빌딩의 경우 대체로 투자자자들이 매입 시 대출 비율을 높게 가져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수익률이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최근 경기 침체로 오피스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공실률이 증가하는 점도 꼬마빌딩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공실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월세가 이자에 미치지 못하는 꼬마빌딩 매물이 상당히 늘었다"며 "특히 높은 임대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면 리모델링 등을 활용해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어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 업황이 워낙 침체돼 있어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현금 보유력이 뛰어나 장기적으로 보유할 계층이 아니라면 당분간 매물을 내놓는 사례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윤원재 원빌딩 팀장은 "최근 서울 전체 빌딩 거래 건수를 보면 금액대가 60억원 미만으로 거래된 것이 70% 비중을 차지한다. 실투자금 10억~20억원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이 제로 금리 시기에 물건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오른다는 기대감에 매입한 경우가 많다"며 "좋지 않은 입지의 매물을 매입해 현재 나오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계층의 급매 및 경매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꼬마빌딩 시장에도 영향
꼬마빌딩 시장이 레고랜드 발(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부실 사태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준금리도 올랐지만 채권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매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계층이 늘었고, 이는 지난해 9월부터 꼬마빌딩 감소로 이어졌다는 논리입니다.
오동협 빌딩로드부동산중개 대표는 "PF 사태가 채권 시장을 많이 흔든 것이 꼬마빌딩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9~12월에 꼬마빌딩의 매수세가 많이 떨어졌다. 2021년 말만 해도 대출이자가 2% 후반대였는데, 지난해 11~12월 잔금을 치른 계층의 대출 이자는 5.6~6%에 달했다. 1년 새 이자가 2배 이상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자 커버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수를 하거나 대출을 적게 받아야 하는 선택지가 남는데, 최근까지는 사지 않는 쪽을 택하는 편"이라며 "또 공포심리가 시장에 퍼진 점도 거래건수를 크게 줄이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오동협 대표는 "올해 들어서는 매도·매수자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고, 금리 정점론에 물가가 계속 오르며 실물 자산 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발 빠른 매수자들은 움직이고 보수적 매수자들은 기다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분위기가 올해 중반까지 이어질 것 같고, 하반기 무렵에는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 빌딩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