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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압박에 백기투항한 KT 구현모 대표…108일만에 연임 포기
구현모 차기 대표 후보자군에서 사퇴…MWC 일정은 예정대로
입력 : 2023-02-23 오후 5:31:58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11월8일 구현모 KT 대표는 연임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연임을 통해 지속가능한 디지코(디지코 플랫폼 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연임을 선언한 이유였습니다. 디지코는 구현모 대표가 2020년 대표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비전입니다. 디지코를 통해 탈통신을 주도했고, 지난해 매출은 25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치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앞세운 정권의 보이지 않는 사퇴압박이 지속됐고, 구현모 대표는 백기투항했습니다. 연임을 선언한 지 108일 만입니다. 이로써 3년간의 성장가도를 달렸던 디지코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구현모 차기 대표 후보자군에서 사퇴…MWC 일정은 예정대로 
 
구현모 대표는 23일 KT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 직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주주총회 전까지는 대표이사직을 수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도 예정대로 참석할 계획입니다. KT는 지난해 11월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이사회 멤버로 재선임됐습니다. 구 대표는 KT 대표의 GSMA 이사회 멤버로서 GSMA 보드미팅뿐 아니라 28일에는 직접 키노트 무대에 오른다는 방침입니다.  
 
KT맨에서 CEO 신화 만들었지만 외풍에 못 버텨 
 
구현모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KT에서만 근무한 'KT맨'입니다. 경영전략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유무선 통신·콘텐츠미디어 사업을 총괄하는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을 거쳐 지난 2020년 3월에는 대표이사로 발탁됐습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8년 11월 물러난 남중수 전 KT 사장 이후 KT 출신이 대표직에 오르는 신화를 썼습니다. 
 
지난해에는 KT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25조원을 돌파 기록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KT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5조6500억원, 영업이익은 1조 690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취임 이후 디지코를 내세우며 B2B 플랫폼 사업 매출을 키우며 체질 개선에 나선 덕입니다. KT그룹 내 미디어·콘텐츠 역량을 KT스튜디오지니로 결집해 콘텐츠 사업을 그룹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히트작으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꼽힙니다.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 11월 열린 AI 전략을 발표하는 간담회에서 회사의 방향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KT)
 
하지만 정권의 압박에 구현모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필요성을 언급해오며 구현모 대표의 반대한다는 의미를 전달해왔습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의 연임적격 결과 평가이후 사내 후보자 13명과 사외인사 14명에 대해 차기 대표이사로 적격 여부 검토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결정됐음에도 국민연금의 반대 시선은 더 노골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지난해 12월28일 국민연금은 구현모 대표가 차기 CEO 최종 후보로 결정되자 보도자료를 내고 "현직 대표를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한 것은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 한다"며 "불공정한 선임 절차인 만큼 의결권 행사를 검토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거들었습니다.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 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을 겨냥해 "투명한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방향성을 명백히 했습니다. KT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 소유분산기업으로 꼽히는 KT에도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연임 대한 반대를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국민연금은 관의 목소리로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8일 차기 대표 심사 대상자 선정…낙하산 인사 우려도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이사 경선 절차를 바꿔가며 현재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는 지난 9일 발표된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일까지 대표이사 후보자를 모집한 결과 사외인사 18인과 구현모 대표를 포함한 16인이 지원했습니다. 당초대로라면 이 34명에 대해 평가를 내려오는 28일 대표이사 후보자 심사 대상자을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구현모 대표의 연임 포기로 33명이 경선레이스를 달리게 됐습니다. 
 
민영화된 KT의 차기 수장찾기가 외풍으로 인해 잡음이 일자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낙하산 논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표하고 있습니다. KT 이사회가 외풍에 흔들려 경선 일정을 바꿔왔는데, 향후 선임 절차에서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걱정입니다. 이날 KT 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만천 하에 고백한 이사회가 정치권 낙하산을 거부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내부를 짓누르고 있다"며 "이사회가 구 대표 사퇴를 계기로 자정 의지와 함께 정치권 낙하산에 결연히 맞설 용기를 가져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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