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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2일 18: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기발행 신종자본증권을 차환하면서 조기상환 콜옵션 이행을 완료했다. 지난해 흥국생명의 번복 사태 이후 시장에서 신뢰 문제가 언급되며 다른 보험사 행보에도 시선이 쏠렸지만 불식한 모습이다. 다만 차환 이후에도 지급여력 수준은 동일하게 나타나는 만큼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후속 대응책이 요구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8일 제22회차 신종자본증권 600억원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사채 만기일은 2053년 2월28일이며, 이자율은 6.20%다. 이자는 3개월마다 연간 이자의 4분의 1씩 후급한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11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400억원과 이번 600억원으로 합계 1000억원 규모의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를 완료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7년 11월30일과 2018년 2월28일 각각 400억원, 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5년 조기상환 콜옵션 시점이 도래하면서 새로운 증권으로 차환했다는 설명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적으로 만기가 30년으로 설정되고, 발행사 선택에 따라 상환되지 않을 경우 다음 만기일까지 30년간 자동으로 연장된다. 조기상환 콜옵션은 보통 5년으로 잡는다.
문제는 이론과 달리 조기상환 시점이 다가오면 증권을 차환 발행하는 양상이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흥국생명의 콜옵션 번복 사태 이후 시장은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하는 다른 보험사들 행보에 주목했고, 가장 이른 때였던 푸본현대생명에 대한 관심도가 특히 높았다.
푸본현대생명은 신종자본증권 차환에 성공하며 보험업계에 대한 시장 신뢰를 다시 끌어올렸다. 상환이 아닌 차환으로 지급여력 수준의 하락도 방어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조달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면서 “자금 조달의 목적은 지급여력비율을 제고하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차환인 만큼 회사의 자본과 부채의 변동은 없다. 지급여력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RBC 비율은 156%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금리상승 여파로 매 분기마다 수치가 줄곧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체계에서 지급여력 지표인 K-ICS 비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것으로 언급된다. 푸본현대생명의 보험영업 포트폴리오가 특별계정인 퇴직연금 중심(계약부채 기준 50.8%)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는 일반 보장성보험보다 짧은 만큼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짧게 나타난다.
(사진=푸본현대생명)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다. 일반계정에서 종신보험 상품을 주로 다루면 부채 듀레이션이 길게 형성되는데, 금리상승 효과가 반영되면 자산보다 부채 항목에서 하락폭이 크게 발생한다. 부채가 더 줄어드는 만큼 자본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반면 퇴직연금을 대규모로 보유한 보험사는 부채듀레이션이 짧아져 자산듀레이션을 하회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자본관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부채보다 자산이 더 깎여 자본이 줄어들 가능성이 따른다. 푸본현대생명은 자산듀레이션이 부채듀레이션보다 긴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갭 차이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퇴직연금 같은 경우 RBC 체계서는 금리리스크 산정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K-ICS가 들어오면서 반영하게 됐다”라며 “푸본현대생명은 금리리스크가 좀 더 높게 잡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퇴직연금이 DB형에서 이율보증 상품으로 나가다 보니까 5년 내외로 듀레이션이 잡힌다. 듀레이션 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는 지난 1월 ‘2023년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들로 일반계정의 보장성보험 확대와 K-ICS 규제 변화에 대응한 자본건전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회사는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의 가능성을 모두 열여 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