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16년만에 회사생활인데 동료들도 다 잘해주고, 무엇보다 야근도 없어 너무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쓰리디뱅크 입사 2년차인 이선미(46·여)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이란 카데고리에 속해 있었습니다. 나름 20대 중반부터 시작해 재무관리 분야에서 일하는 4년차 직장인이었지만, 결혼 이후 임신 6개월이던 20006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당시 무거워진 몸에 출퇴근도 힘들어져 고심 끝에 퇴사를 선택한 이씨는 얼마 후 둘째까지 갖게 되면서 그렇게 경력이 중단됐습니다.
어느덧 올해 첫째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정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씨는 그동안 눌러뒀던 사회생활도 다시 하고 싶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는 만큼 고정적인 수입도 당연히 더 필요해졌습니다. 주얼리디자인 자격증, 3D 모델링 자격증도 따면서 구직활동에 나섰지만 프리랜서 일만 간간이 들어올 뿐 원하던 3D 모델링 쪽으로는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선미씨가 쓰리디뱅크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서울시)
16년 경력단절 끝, 3D 콘텐츠 기업 취업 성공
이씨는 작년 4월 서울시의 우먼업 인턴십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씨가 원하던 3D 모델링 분야에 유망기업인 쓰리디뱅크에서 3개월간 인턴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구직기간이 길어진데다 펜데믹으로 프리랜서 일도 줄면서, 다 포기하고 다시 재무관리 분야라도 알아볼 판에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무려 16년만에 갖게 된 직장이지만, 이씨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턴이 끝나던 7월1일 곧바로 정직원으로 전환됐습니다. 적지않은 나이의 중고신인이지만, 오히려 기존 직원들과 나이차가 크지 않고 회사생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오전 9시반 출근, 오후 6시반 퇴근이 칼같이 지켜졌고, 남은 업무가 있으면 집에 가서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씨는 “다시 일하니 무엇보다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고 응원해준다”며 “이쪽 3D 모델링 분야에서 계속 경력을 쌓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선미씨가 쓰리디뱅크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서울시)
기업 입장에서도 만족, 사회생활 초년생보다 장점 많아
이씨의 취업은 이씨와 일하게 된 쓰리디뱅크에게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아직 직원수가 많지 않은 회사다보니 사람 구하는 게 큰 일이었습니다. 채용공고를 내도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 자체가 적어 매번 많은 시간을 들여야만 했습니다. 처음 직장을 갖는 경우 직장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다른 분야를 찾아 떠나는 경우도 이어졌습니다.
김동욱 쓰리디뱅크 대표는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기존에 직장을 다녔었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비교적 적고 취업을 하고자 하는 의욕들이 더 강해 회사나 본인이나 서로 잘 어울린다”며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하는 장점이 더 많으며, 우먼업을 통해 적절한 사람을 추천해 준 부분이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우먼업 인턴십 참여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서울시)
서울시 작년 49명 인턴십 통해 취업, 올해 대폭 확대
김영숙(가명)씨는 전산학과 졸업 후 4년 동안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 20년간 경력단절이 됐습니다. 김씨는 관악여성인력개발센터의 ‘AI인공지능 코딩(메타버스 콘텐츠 활용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후 자신감을 얻어 현재 코딩 강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현지가이드를 하던 김은영(가명)씨는 펜데믹으로 20년만에 귀국 후 구직에 어려움을 겪다 남부여성발전센터에서 ‘디지털 웹&앱 디자이너’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김씨는 디자인 관련 회사에 취업해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서울시의 우먼업 인턴십으로 다시 경력을 이어가게 된 여성이 작년에만 49명에 달합니다. 서울시는 기존에 3개월 인턴십 지원에 그치던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우먼업 프로젝트로 확대합니다. 수요자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해 미스매칭을 줄이고, 시대 변화에 맞춘 전문교육과 구직지원금, 고용장려금으로 안정적인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지원합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출산과 육아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났던 경력보유여성들이 오랜 공백으로 낮아진 자신감을 되찾고 자신의 경력과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서울우먼업 프로젝트를 새롭게 준비했다”며 “임신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040 엄마들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