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발굴을 위해 의원·약국을 활용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 여전, 성남서도 안타까운 소식
최근 서울 서대문구, 종로구, 수원, 인천 서구 등 전국 각지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엔 성남시 수정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모녀 역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모녀는 2015년부터 저소득 한부모가족으로 지원을 받다가, 지난해 독립한 딸이 직장을 구했다는 이유로 지원은 중단됐고, 이들 모녀는 결국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이들 모녀 역시 어려운 생활에 처했음에도 월세, 가스비, 난방비 등을 성실히 납부한 것이 사각지대로 이들을 내몰았습니다.
서울의 한 의원에 놓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알림판. (사진=서울시)
사각지대 발굴에 의약기관 활용, 쉽게 대면 이점
서울시는 이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를 예방하고자 동네마다 있는 의원, 약국, 치과 등 의약기관 7004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동네 의원이나 약국, 치과 등 의약기관은 건강이 좋지 않은 주민이나 이들 주민을 잘 아는 이웃이 의약기관 종사자와 쉽게 대면할 수 있는 장소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들 의약기관에는 각 의사회·약사회·치과의사회와 연계해 각 자치구 복지상담센터 안내판을 부착했습니다.
이를 보고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의약기관 종사자나 해당 주민, 혹은 이웃이 각 센터(야간 120 다산콜)에 문의 전화를 하면, 관공서 방문을 주저하거나 지원제도를 알지 못해도 4~5일 이내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서울에 있는 25개 자치구 복지상담센터는 작년 9월30일부터 지난 1월까지 총 1725건의 전화를 수신해 276건의 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 등 공적급여 지원, 95건의 후원금품 등 민간자원 연계를 수행해 생활이 어려운 주민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약국에 놓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알림판. (사진=서울시)
약사·의사가 사정 알고 발굴, 실제 지원 연결
실제 의약기관을 활용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현장에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관악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지난 1월31일 단골 손님인 일용직 근로자 50대 남성 B씨와 얘기를 나누던 중 B씨가 최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혈압임에도 돈이 없어 혈압약을 처방받지 못하는 사정을 알게 됐습니다.
A씨는 동주민센터 직원이 약국에 설치해준 센터 안내판을 보고 직접 전화해 B씨가 지원받을 방법이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센터는 B씨가 1인 가구로 허리를 다쳐 최근 수개월 동안 일을 못했고, 고혈압 등 지병으로 고시원비가 100여만원 체납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사실과 복지수급이력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센터는 B씨에게 기초생활수급 신청, 임대주택 입주 등을 안내하고 긴급복지 주거비를 지원했으며, 현재 복지플래너가 맞춤형 지원을 위해 주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에 사는 30대 여성 C씨는 정신과 담당 의사가 지난달 15일 센터에 전화 문의해 드러난 경우입니다. 어머니와 미취학 자녀 1명과 살고 있는 C씨는 별다른 소득이 없고 우울증 등 지병을 앓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센터와 보건소에서 상담을 거쳐 지난 24일 국가형 긴급복지(생계비) 지원이 결정됐으며, 주거급여, 한부모 및 차상위 본인부담경감이 심사 중입니다. 의료비에 대한 국가형 긴급복지도 지원받도록 추진 중입니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민간부문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협조해 준 서울시 의약분야 직능단체와 어려운 주민 발굴에 노력해 준 주변 이웃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치과에 놓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알림판.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