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허지은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1억6000만달러 규모의 펀드 손실과 관련해
메리츠증권(008560)을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롯데손보는 2019년 집행한 해당 펀드 투자에서 판매사인 메리츠증권이 투자의사결정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투자위험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해당 투자와 관련해 롯데손보가 해외 실사와 수차례 미팅을 진행한 기관투자자인데 해당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업계에서도 롯데손보가 이미 미국 소재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펀드 투자에 나선 전력을 들어 이번 사안의 책임소재를 판매사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롯데손보, 2019년 프론테라 발전소 1.6억달러 펀드...투자금 전액 손실 입어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 6일 금감원에 메리츠증권의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펀드 판매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하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펀드 판매의 위법성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었다는 설명입니다. 롯데손보는 민원에 앞서 작년 11월 해당 펀드의 판매사인 메리츠증권과 운용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부당 이득금을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한 상황입니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12월 1억6000만달러(현재 환율기준 2114억원) 규모로 펀드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롯데손보는 2019년 2월 '하나대체투자 미국 발전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펀드에 5000만달러(661억원 규모)를 투자했고요. 하지만 이후 2020년 10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펀드 투자자에 선순위 대출 EOD(기한이익상실) 발생 우려를 고지했습니다. 같은해 12월 선순위 대출에 대해 EOD가 발생하게 되고요. 결국 2021년 8월엔 기업회생절차가 종료해 롯데손보는 투자 2년 6개월만에 전액 손실을 보게 됩니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은 해당(메자닌대출) 투자 건을 직접 발굴 및 기획하고 펀드 모집을 주도적으로 수행했다"며 "메리츠증권은 미국 현지에서 직접 딜소싱(거래 발굴)을 진행했고,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까지 직접 블랙스톤과 연락을 주고받은 주체로서 확인 메일을 작성해 해외에 발송했다"고 책임 소재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이어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이 해당 펀드를 총액 인수한 후 롯데손보 등에 재매각했으며 펀드 운용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반박한 것과 관련해선 "총액인수 당일 전액 셀다운했다는 해명은 일반적인 해외 투자 사례를 비춰볼 때 상당히 특이한 사례이며, 스스로 해당 펀드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셀다운은 증권사가 우선 자기자본과 대출 등으로 대체자산을 매입한 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에 재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메리츠 "해외 현지 실사· 수차례 미팅…위험성 몰랐다? 어불성설"
메리츠증권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메리츠증권 측은 "해당 투자와 관련해 롯데손보와 현지 실사 및 수차례 미팅까지 같이했는데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롯데손보의 경우 이미 해외 화력발전소 관련 투자를 수차례 진행한 국내 전문적인 기관투자자이자 본 건 딜의 실사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기관이기 때문에 딜의 변동성이나 구조를 모르고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롯데손보는 지난 2015년 미국 롱아일랜드 가스복합화력발전소, 201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등에 기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투자와 관련한 수익성 여부에 대해 롯데손보 측은 "개별 투자건과 관련한 수익성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2015년말부터 북미발전소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2016년에만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투입된 바 있습니다. 롯데손보가 금감원에 민원을 요청한 사안도 롯데손보 뿐만 아니라 KDB생명, 한국거래소, 교원라이프, 교직원공제회 등이 투자에 참여한 건입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손보의 민원 건은 과거 사안이라 현재 관련자들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롯데손보와 달리 다른 회사들은 손실처리로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금감원은 접수된 민원과 관련해 롯데손보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에 메리츠증권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사진 = 롯데손해보험)
최성남·허지은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