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출처=당근마켓)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당근이세요?" 당근마켓이 만들어낸 어느덧 익숙해진 풍경입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당근마켓에 물건을 팔아본 적은 있어도 사지는 않았습니다. 딱히 필요한 물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취준생일 당시 65만원에 구입한 에이수스 노트북이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매일 당근마켓에 출석합니다.
얼마 전부터 혼자 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당근마켓의 힘은 여기서 발휘되더군요. 본가에도 있는 가구를 자취방을 위해 또 구입하자니 뭔가 아까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삿짐이 늘어날까 가구를 들이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필요한 가구를 없이 생활하자니 그것도 참 불편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집에 놀러온 친구가 당근마켓을 추천했습니다. 다른 지인 집에 갔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지인이 “이거 얼마게? 2만원!” “이건 얼마게? 3만원!” 하더란 겁니다.
그때부터 당근마켓을 적극적으로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지인들이 집들이를 오기로 했는데 밥 먹을 테이블도 없어서 고민 중이었습니다. 리빙박스 위에서 대충 먹고 있었거든요. 인터넷으로 주문하자니 오래 걸릴 것 같고, 직접 가서 사자니 그것도 시간이 걸리고 비쌀 것 같았습니다. 멀기도 할 테고요. 그런데 당근마켓에 좌식 테이블이 1만원에 올라와있더라고요. 얼른 가서 구매를 해왔습니다.
당근마켓은 자취생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앱입니다. 얼마 전에는 테이블과 의자 세트를 2만5000원에 구매했습니다. 정가로 친다면 15만원을 훌쩍 넘었을 금액입니다. 의자가 하나 더 필요해 스툴은 5000원에 구입하고 덤으로 냄비도 받아왔습니다. 주말에는 침대 프레임을 거래하러 갈 예정이고요. 곧 이사를 가더라도 당근으로 또 처분하면 되니 마음도 가볍습니다.
무엇보다 새것을 샀으면 늘어났을 쓰레기를 줄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쓰레기는 매일같이 나오지만 이 중에서 분해되고 썩는 쓰레기가 얼마나 될까요. 모두 지구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특히 가구 같은 경우 부피가 커서 더 문제가 됩니다. 재활용하기도 어렵고요. 제가 어릴 적에는 '아나바다'의 영향인지 물건을 아껴쓰고 오래쓰려는 문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 들어서 공산품의 가격도 저렴해지고, 또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보니 물건을 아껴쓰는 풍조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새 제품을 'flex(플렉스)'하고, 쉽게쉽게 물건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다시쓰고 바꿔쓰는' 모습이 점점 자리 잡길 바라봅니다. 조금 더러워도 새걸 사는 것보다는 중고로 구매하고, 혹시나 필요 없어져 처분할 때를 대비해 물건을 조심히 써야겠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