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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해외 화력발전 펀드에서 투자금을 전액 손실하며
메리츠증권(008560)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가운데 다른 기관투자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롯데손보 매각과 연관하는 의견도 있는데, 지속적인 대체투자 손실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인이라 그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펀드 문제로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한 기관투자자는 롯데손보가 유일하다. 해당 펀드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로는 롯데손보 외에 KDB생명, 한국거래소, 교원라이프, 교직원공제회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민원을 제기한 곳은 롯데손보만 있다”라면서 “민원이라는 것이 한쪽의 주장이기 때문에 각종 입증 자료를 받아서 판단한다. 언제까지 처리한다 이런 것은 없고, 근거가 없으면 기각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추가적으로 자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롯데손해보험)
롯데손보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메리츠증권의 해외 대체투자 셀다운과 관련해 펀드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셀다운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이나 대출로 대체자산을 매입한 후 기관투자자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앞서 미국의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2018년 발전소 운영자금을 위해 7.75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을 실행하고 후순위 메자닌 대출을 추진했는데, 메리츠증권은 1.6억달러(약 2100억원) 펀드 조성을 추진하며 셀다운 투자자를 모집했다.
롯데손보는 2019년 2월 5000만달러(약 660억원) 상당의 수익증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했지만, 2020년 12월 선순위 대출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이후 2021년 8월 펀드에 대한 기업회생절차가 종료되면서 전액 손실이 났다.
이후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이 투자 권유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적인 위험들을 알리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투자자 모두 담보 관련 내용을 알고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에 모두 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투자 위험을 알린 것이냐는 <IB토마토> 질문에 “그렇다. 실사를 갈 때도 따로따로 간 것이 아니라 다 같이 갔다”라면서 “사전에 구조화 작업에서 수차례 미팅과 설명회, Q&A 등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손실의 배경으로는 코로나 장기화를 꼽았다. 화력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고 해외에 수출해야 하는데, 코로나 탓에 전력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이 떨어져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선순위 투자자도 약 94% 손실을 냈다고 강조했다.
롯데손보는 코로나 장기화 영향으로 대체투자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외 대체투자 규모가 7.9조원으로 운용자산의 45%를 차지한다.
특히 2020년에는 항공기·호텔 관련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대규모 자산평가손실 탓에 1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는데 이 배경에도 대체투자가 한 원인으로 자리 잡는다.
롯데손보는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변경된 지 4년 차에 들어서는 만큼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시점이 다가온 상태다. 2019년 적자 상태를 회복하고 순이익 규모를 늘려 매각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대체투자 문제로 오히려 적자를 기록한 연도가 늘어난 상태다. 대체투자 문제가 매각을 위한 선결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앞서 롯데손보는 코로나로 대규모 자산손상이 발생했을 때도 대주주 교체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존 경영진과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자산손상을 실적에 반영했다고 대외적으로 설명해 왔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롯데손보는 현재 매각 이슈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번 투자는 롯데손보가 사모펀드에 매각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 “기관투자자 중 홀로 민원에 소송까지 진행한 것은 차후 매각에서 불리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