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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엄마, 마약했어요"
입력 : 2023-03-10 오전 6:00:00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집 앞 계단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여중생을 엄마가 발견합니다. 깜짝놀란 엄마에게 딸은 더 '깜짝놀랄' 말을 합니다. "엄마 마약했어요."
 
여중생이 마약을 접한 건 너무나 쉬웠습니다. SNS서비스인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자와 접촉한거죠. 비트코인 40만원 어치를 건네자 필로폰 0.5g를 특정 장소에 숨겨놓습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인데요. 여중생은 필로폰을 물에 타 마신 뒤 쓰러집니다. 단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10대의 마약 구하기가 이렇게 쉬운것처럼 10대들이 마약을 팔기도 합니다. 고등학생이던 동감내기 친구 2명은 '마약사업'을 구상하게 됩니다. 텔레그램 메신저의 마약 채널을 통해 자신들도 마약 거래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겁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보자는 취지로 국내에서 비교적 비싸게 거래되는 필로폰과 케타민, 엑스터시 등의 마약을 취급했습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구입한 가격에 10배를 불러도 팔려나간 겁니다. 이들은 신분 노출 우려로 성인 여럿을 판매책으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10대의 마약뉴스가 연일 나옵니다. 최근에는 배우 유아인이 모발과 소변에서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4종류의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결과에 경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죠.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올해 법무부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마약범죄 척결기조를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마약은 공공의 적'이라고 공표한건데요. 이는 실제 작년 마약사범이 총 1만8000명으로 1989년 마약 범죄 통계가 만들어진 이후 역대 최악의 성적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마약범죄에서 차지하는 10~20대 비중이 무려 34%를 차지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을 만들었는데 곧바로 부산지검에서 해외로부터 밀수한 필로폰 50kg을 압수하는 성과를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했습니다. 84명 범정부 인력을 투입해 마약범죄를 뿌리뽑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마약뉴스는 현재진행형이네요.
 
이는 정부의 마약대응 기조가 전방위적 수사와 단속 그리고 강력한 처벌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마약 중독자를 치료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마약 수요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결국 마약류 사범만 늘어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단절하기 힘든 마약범죄 특성상 청소년 사범의 증가가 가장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술이나 담배에 밀려 마약예방 교육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깊숙이 스며든 마약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당장 학교 현장에서 '예방·단속·중독·재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내일 어느 집에서 "엄마, 마약했어요"라는 고백을 받을지 모르니까요. 
 
김하늬 법조팀장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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