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윤민영·김수민 기자] 공공 영역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1년간 '검찰 독식 인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검찰공화국이 돼버린 겁니다. 최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태 이후로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검사 출신이 유력시되면서 윤 대통령의 검찰신뢰는 지속될 조짐입니다.
이미 정부기관 장차관급 뿐 아니라 요직에 70여명의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발탁된 인사들 대부분이 '윤석열 사단' 이거나 '특수통' 중심입니다. '검찰 주의자'인 윤 대통령의 인사 방식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죠. 수사와 기소 전문가가 모든 부야의 전문가인 양 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 때문에 속내가 편치 않다고 합니다. 일부 '그들만의 리그'라는 겁니다. 어느 조직이나 내부진통이 있겠지만 잘나가는 검찰 출신이 요직으로 가는 게 맞다는 의견이 감지되는 반면 검찰이 수사나 형사정책 외에 집중을 받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분위기도 큽니다.
서울 지검. (사진=뉴시스)
'만사검통'…"내부 검사들 속내도 편치 않아"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사로 채워지는 나라인 '검찰 공화국'이라는 시선에 내부에서도 우려가 감지됩니다. 검찰에 자꾸 '정치색'이 입혀지면서 집중받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검찰 출신을 중용하면서 '만사검통'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부 검사들은 이같은 행태를 전체 검사의 일처럼 매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토로합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 중인 한 차장검사는 "대부분 검사들이 밖의 일이라 그다지 관심은 없다"면서도 "정순신 변호사 낙마 사태와 같이 요직에 등용된 검찰 출신들이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는 사례들을 보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수사와 형사정책 외에 집중을 받는 것데 대한 불편함도 내색합니다. 지방의 부장검사는 "검찰이 수사나 형사정책 외에 언론의 집중을 받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좋지 않다"며 "검찰 출신 대통령 체제 하에서는 더욱 그런데 대통령으로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검찰의 정치화와 권력화 우려 시선도
지방의 차장검사 또한 "검찰의 정치화와 권력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인사 방향이 계속된다면 검찰을 더 이상 준사법기관으로 보기는 힘들 것으로 검사를 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할 사람이 선거사범을 어떻게 다루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서울 지역의 다른 부장검사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적인 일로 집중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방향을 잡고 지시에 따라 실현해내는 게 검찰 특히 특수부 검사로 상징되는 팀워크의 특성"이라며 "그런 방식으로 일해왔던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일했고 믿을 수 있는 검사들을 중용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또 다른 부장검사 또한 "검찰 출신 선배들이 공천 등을 바라고 여야 진영별로 줄을 서고 있는데 그런 분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검찰을 또 흔든다"면서 "이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개탄했습니다.
특수통 라인 등 잘나가는 검사들 "수사역량, 국가적으로 도움돼"
다만 소위 '잘나가는' 특수통 라인의 검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잘 하는 사람들이 잘 나가는 분야에 앉게 되고 결국 중용되는 것은 그만큼 이미 평가가 잘 이뤄졌다는 것이므로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지검 근무 이력이 있는 지방의 한 부장검사 또한 "우려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제대로 수사 역량을 갖추고 있고 인품이 훌륭한 분들이 가서 업무 프로세스라든지 경찰의 수사 역량을 높여주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정순신 본부장이 왔을 때도 크게 반발은 없었는데 흠이 있으니까 문제가 된 것으로 공공기관도 외부에서 훌륭한 분들이 많이 와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그게 공모 취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 대통령 당선 1년, 장차관급 포진…서울지검 출신 다수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상당수의 장관·차관급 자리는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경우 과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 부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설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모두 지난 대선 선거대책본부에서 윤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인사들입니다.
검찰 출신 인사는 차관급에도 포진했습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출신이 많습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지난 2009년 대구지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4차장,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형사1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특수4부장을 지냈습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윤 대통령과 국정원 댓글 수사, 국정농탄 특검 수사 등에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당시 법무부로부터 2개월 정직을 받았을 때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대리하던 변호사였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 (사진=뉴시스)
'검찰 편중 인사' 우려 왜 나오나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은 모두 전직 검사나 검찰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인사 추천과 검증 업무를 담당하는지라,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각각 대검에서 사무국장과 검찰연구관으로 일했습니다. 윤재순 총무비서관도 대검 운영지원과장이었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윤 대통령과 대구고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습니다.
법무부에 생긴 인사정보관리단은 검사 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이동균 인사정보1담당관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을 모두 거치며 윤 대통령과 연관있는 인물입니다. 김현우 인사정보1담당관실 근무자도 서울중앙지검 출신이고, 이 외 국가정보원이나 금융감독원, 교육부까지 검사들을 파견했습니다.
아들 학폭 문제로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사임한 정순신 변호사는 서울고검 차장,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일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유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서 물러난 조상준 변호사는 과거 서울고검 차장과 대검 형사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자조작 의혹 사건의 변호인이었습니다.
"인사검증, 투명성 ·독립성 담보 어려워"
윤 정부 주요 인사들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진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인사검증에 있어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검찰이 검찰을 뽑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특히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이 검찰 인사 검증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정 변호사 사퇴 이후에도 국수본부장 자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도 검찰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법무부에 검사 출신으로 채운 인사정보관리단까지 만들면서 사실상 윤 정부 인사의 추천, 검증, 임명까지 검찰 출신들이 완벽하게 장악했다"며 "인사 실패가 결국 정권의 실패로 이어졌던 과거 정부들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윤 대통령은 '검찰 몰입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