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정원에서 열린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 추대식에서 스카우트 대원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일본 정부가 초등학교 검정 결과를 발표하던 날, 외교부에서 함께 일하던 기자들 사이에서 육두문자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군 병사로서 전쟁터에 보내졌다”,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 등 그 내용이 온통 강제성을 희석시켰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를 향한 분노는 이내 윤석열정부로 향했습니다. 먼저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속을 뒤집은 정부입니다. 당시 정부는 이런 이유를 댔습니다. 먼저 양보하면 일본 정부의 상응하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정부의 섣부른 기대였다는 점이 만천하에 공개된 꼴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대응은 관련 부처인 외교부와 교육부가 합니다. 당연히 관련 부처도 입장을 내놓아야 하지만, 대통령이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어야 합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다니요. 일본을 언급한 대목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개선 등으로 코로나로 크게 타격받은 음식, 숙박 분야의 소비와 관광을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릴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눈과 귀에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비판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와 정순신 사태 등을 보면, 가해자는 피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폭력을 통해 한 사람의 영혼과 인생을 망가트렸으니, 죽을 때까지라도 용서를 빌어야지요. 피해자들이 일본에 계속해 사과를 요구하는데,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냐는 태도는 반성이 없는 것입니다. 특히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이 모든 문제가 종결됐다고 하는 것, 강제동원이 없었다고 피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일은 반성의 ‘반’자에도 미치지 못한 행동입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적어진다고 전망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참, 울화가 치밉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