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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악수는
입력 : 2023-04-03 오후 5:15:00
어느 지역에 취재를 갔을 때 일입니다. 먼 걸음을 한 데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공간들을 살피고 취재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습니다. 
 
(사진=변소인 기자)
 
이날 지역구 의원도 동석했습니다. 의원들을 두루 알아두면 언젠가 취재할 때 좋을테니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지역 행사가 있으면 국회의원들이 동석하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이후 일정은 여느 때처럼 축사 정도 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이 의원은 전체 일정을 동행했습니다. 그리고 일정 내내 방해가 됐습니다. 그 동네를 돌아보며 마을 핵심 포인트들을 돌아보는 빠듯한 일정이었는데 이 의원의 행동 때문에 일정이 틀어졌습니다.
 
전체 일정을 함께하는 것 자체가 문제 행동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역을 샅샅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일 경우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요. 그런데 이 의원은 왜 방해가 되고 말았을까요? 다름 아닌 '악수' 때문이었습니다. 의원은 걷는 길 내내 길거리 모든 가게를 들락였습니다. 들어가서 인사하고 안부 묻고 악수하고가 수차례 반복됐습니다. 그럴 때마다 취재를 하러 온 이들은 같이 발걸음을 멈춰서 기다리기 일쑤였습니다.
 
아는 사이인양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 이들도 많았는데 꼭 바쁜 일정이 가득한 날 인사가 급했을까요? 늘어지는 대화와 악수에 결국 일정이 몇 군데나 취소됐습니다. 기존에 취재차 가려던 곳을 구경도 못해 본 셈이죠.
 
의원을 찍기 위한 카메라도 총출동해 여러 번 동선에 방해되고 함께한 이들을 괴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를 피하느라 주민들, 상인들에게 질문을 물어볼 타이밍도 여러번 놓쳤습니다. 동네보다 의원의 악수가 기억에 더 또렷한 것보니 어딘가 꽤나 잘못되긴 한 것 같습니다. 
 
진정 그 지역구를 홍보하고 싶었으면 유세같은 인사보다는 구석구석 필요한 곳을 기자들이 다 둘러볼 수 있도록 의원이 악수를 자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연락을 받고 보도를 위해 준비한 가게들은 정작 기자들을, 카메라를 구경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의원님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네요.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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