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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혁신금융>(4)현지진출 국내 4대은행의 활약
입력 : 2023-04-06 오전 6:00:00
 
[싱가포르=이종용·신유미 기자]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글로벌 금융사 빌딩 숲 사이에는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동남아 전진기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동남아에 진출하는 한국 지상사들을 따라 나와 그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수동적 형태였다면, 이제는 싱가포르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무역금융, 인수금융 등 IB 영업을 자체적으로 꾀하고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베테랑' 은행 지점장들을 만나 그들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과 성과, 그리고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업무 방식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베테랑' 은행 지점장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정동욱 KB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장, 이시영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장, 정형동 신한은행 싱가포르 지점장, 이성환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 (사진=뉴스토마토)
 
국민은행, '홍콩→싱가포르' 무게추 이동 
 
KB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지난 2022년 1월 문을 열었습니다.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지점을 개설했는데요. 홍콩의 중국 본토 편입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의 무게추가 이동하자 싱가포르에 신규 거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싱가포르에 최근 둥지를 튼 만큼 진입 과정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지점 설립의 중책을 맡은 정동욱 KB국민은행 지점장은 4년간의 중국 현지 법인 생활을 접고 2021년 6월 싱가포르로 넘어왔습니다.
 
이듬해 1월 지점 설립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6개월. 한국의 본점 서버시스템과 실시간으로 IT시스템을 연결해야하는데 오미크론 확산으로 은행 본점 IT 직원들의 싱가포르 입국이 막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통화청(MAS)이 중재에 나서 우리은행 본점 IT직원들이 수월하게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정 지점장은 "MAS측에 본사 IT 직원들의 입국 승인이 나지 않으니 도와줄 수 있는지 MAS측에 문의를 하니 다음날 입국 승인이 떨어졌다"며 "MAS라는 금융당국 체제 내에는 감독 관리를 중점적으로 맡는 파트와 금융사 유치 등 대외 마케팅을 하는 파트가 구분돼 있는데, 해외기관을 유치하는데 굉장히 적극적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주재원 21명, 현지직원 24명 등 총 25명의 조직원으로 구성됐으며, 지점 개설 후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지난 2022년 1월 문을 열었습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점을 개설한 곳으로, 아시아 금융시장 허브인 싱가포르에 신규 거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지점 신설을 결정했으며, 최근에는 홍콩에 있던 아시아여신심사센터를 싱가포르 지점으로 이전했습니다. 사진은 KB국민은행 싱가포르지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나은행, 한국 지상사·교민 대상 리테일 서비스도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환은행(2015년 하나은행과 합병)이 1973년 싱가포르 지점을 연 것이 그 시작입니다. 기업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하나은행 지점의 주요 업무는 크게 한국 지상사 앞 여신 및 예수 업무, IB 및 신디케이션 업무 등으로 나눠지는데요. 한국계와 IB 자산 비중이 5 대 5로 균형적인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리테일 창구를 가지고 있는 곳은 국내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이 유일합니다. 이성환 지점장은 "싱가포르 현지 교민들은 물론, 한국계 지상사 임직원과 주재원들이 편리하게 싱가포르 외 원외 업무를 보실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강점으로 '비이자이익'을 꼽힙니다. 대출에 따른 이자이익이 주요 영업이긴 하지만 경기와 금리에 따른 변동성이 적어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대출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영업이익의 72%를 차지하고, 수출입송금IB 관련 수수료수익(24%), FX 및 채권매매 등의 매매평가익(4%)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해당 지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318만 달러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시중은행 중에선 압도적인데요. 총자산이익률(ROA)은 1.46%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무려 75.55%를 기록했습니다.
 
이성환 지점장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호주, 미주, 유럽 등지에서 투자할 목적으로 설정한 부동산 등 대체투자 펀드 앞으로 제공하는 펀드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만 4건을 승인 받으면서 주요 운용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하나은행 지점이 위치한 푸르덴셜 타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우리은행, 항공기·선박·PF로 포폴 다변화 
 
우리은행이 싱가포르에 첫 발을 내딛은 건 1980년 10월입니다. 싱가포르 MAS로부터 도매은행(Wholesales) 라이센스를 얻어 현재까지 영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원유, 곡물 트레이딩 및 물류 중심 지역으로, 대다수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가 진출해있습니다. 이에 우리은행은 싱가폴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역외금융, IB 영업을 비롯해 한국계 지상사인 SK, 포스코, 한화 등의 기업고객과 주변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해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시영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선별적인 우량 IB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시장의 대내외 변동성을 고려해 거액의 단건 대출참여보다는 소액의 다양한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습니다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지난해 신규 IB사업 14건, 2억5000만달러 취급으로 220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거뒀고, 기존 기업대출 및 인수금융 중심의 자산구성에서 항공기·선박 및 PF 등으로 구성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8억1300만달러였던 대출금은 2022년 10억5800만달러로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도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2018년 0.81%였던 NIM은 2022년 1.14%를 기록했습니다. 
 
신한은행 싱가포르지점은 1977년 7월 사무소를 개소한 뒤 1990년 9월 지점으로 승격해 45년간 현지에서 영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GMS(Global Markets and Securities) 데스크와 디지털 데스크를 신설해 유가증권 수익성 제고와 디지털 기업 투자 관련 SI펀드 전진기지 역할을 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신한은행 싱가포르 지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신한은행, 동남아·인도 인수금융 겨냥
 
신한은행 싱가포르지점은 1977년 7월 사무소를 개소한 뒤 1990년 9월 지점으로 승격해 45년간 현재까지 영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외금융 확대와 핵심사업인 IB영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자산 성장에 집중했고 그 성과는 자산 및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는데요. 2019년 13억8800만달러였던 자산은 2021년 22만2900만달러, 2022년23만2600달러로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047만6000달러에서 2021년 1665만8000달러, 2022년 1716만2000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최근 신한은행 지점이 진행한 프로젝트는 글로벌 사모펀드가 인수한 인도 포장재 회사에 대한 인수금융입니다. 정동형 지점장은 "블랙스톤과 KKR,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가 동남아와 인도의 성장성에 기대해 투자금을 늘려가고 있는데, 이러한 글로벌 사모펀드의 실사 내역 등에 기반한 인수금융을 증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에는 GMS(Global Markets and Securities) 데스크와 디지털 데스크를 신설했는데요. 정형동 지점장은 "싱가포르가 19개 통화 45개국의 3000개 이상의 채권이 거래되는 아시아 최대 채권거래소를 보유한 아시아 대표 자본시장"이라며 "아시아 우량 채권 투자로 유가증권 수익성을 제고하고, 동남아 지역의 유망한 디지털 기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된 SI펀드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5)편에서 계속>
 
(싱가포르=이종용·신유미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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