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식물과 공간 디자인을 결합한 ‘마음풀’을 활용해 스마트폰,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매체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는 청소년들의 중독 문제 해결에 나섭니다.
서울시는 학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열린 공간인 ‘마음풀’을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 ‘Play Ground’와 시립문래청소년센터 ‘Plant Lab’에 조성했다고 5일 밝혔습니다.
마음풀은 ‘학생들이 언제든지 찾아가 마음을 풀 수 있는 공간, 풀이 자라나는 공간, 마음을 충전(full)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시립문래청소년센터 마음풀 내부 마음싱크. (사진=서울시)
청소년 40%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
청소년 문제 중 하나는 스마트폰, 인터넷에 대한 과잉 의존입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는 시청각 감각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촉각, 후각과 뇌기능을 떨어뜨려 인지, 학습능력 저하와 주의력 결핍 등을 유발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기에는 한 가지 감각이 아닌 오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식물과 자연을 매개로 한 자극이 불균형한 감각을 통합하고 잠자고 있던 신경을 활성화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의 비율은 23.6%인 반면, 청소년은 전년 대비 3.1%p 증가한 40.1%로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으로 추정되며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대인관계, 건강,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의 일환으로 마음풀 조성을 시작해 학생들의 일상 공간인 학교에 식물을 들여왔습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자연을 매개로 감각을 고르게 자극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교우관계가 개선되는 등 일정 성과를 보여 왔습니다.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2018년 조성된 전일중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이 마음풀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안정, 교우관계 및 대인관계 개선, 자존감 향상 등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립문래청소년센터 마음풀 입구. (사진=서울시)
시각이 아닌 오각 만끽, 학생 주도 활동
이번 시립보라매·문래청소년센터 마음풀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학생들을 중심으로 희망자를 모집해 자체 운영협의체를 조직하고, 교사·학부모·전문가 등과 함께 희망 활동, 공간 구성, 운영관리 방법 등을 함께 논의하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마음풀 2곳은 식물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학생들이 한 가지 감각만이 아닌 오감을 골고루 쓰면서 성장하는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여 더 알차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화할 예정입니다.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는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및 학교 내 상담 프로그램 Wee클래스와 연계해 문제행동 분석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심리적·정서적·행동적 회복과 성장 과정을 지원합니다.
시립문래청소년센터는 디지털 기기에 의존도가 높고 다양한 문화활동의 기회가 적은 발달장애청소년에게 다감각 경험을 제공하여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심리적 안정 및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을 통해 자존감 향상을 도모합니다.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는 청소년 및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열린 휴게공간이였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아 방치되고 있었던 공간을 ‘Play Ground’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습니다.
인터넷중독상담센터의 치료 프로그램과 연계해 중독이나 과잉 의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식물과 함께 놀며 대화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공간은 채소 씨앗을 심어 수확하는 푸릇푸릇 텃밭, 탁 트인 녹색공간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소곤소곤 정원, 숲길을 걷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소록소록 숲, 피사체가 거울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여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속닥속닥 거울, 감정카드나 일기·편지를 이용해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사각사각 책상, 마음싱크, 마음상자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시립문래청소년센터는 로비 한 쪽에 활용도가 낮았던 공간을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 쌓여 자연을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학생들에게 식물과 함께 다양하게 감각하며 자연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Plant Lab’으로 바꿨습니다.
리사이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리플레이 팔레트와 우체통, 수확한 씨앗을 전시·저장하는 씨앗라이브러리 씨앗톡톡, 모션센서에 의해 물방울이 떨어져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토독토독 방앗간, 소록소록 숲, 마음알림 게시판 등으로 식물을 직접 키우는 과정에 재활용 재료를 활용하고 작품을 공유, 소통하며 다감각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마음풀 공간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연을 매개로 한 다감각 경험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활용과 확산이 용이한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을 개발해 많은 학교 및 기관에서 적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립보라매센터 마음풀에 조성된 마음싱크.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