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일명 '돼지호박' 등으로도 불리는 주키니 호박 종자 일부가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로 판정된 후 출하가 중단됐다가 재개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여전히 불안함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주키니 호박 출하 허용 확인서'를 발급받은 농가 467호를 대상으로 주키니 호박 출하가 재개됐습니다. 같은 날부터 국립종자원 누리집에도 음성 농가 현황이 공개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단체에서는 정부가 제공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출하 재개 자체에 대해 맞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처음에는 3500여개 농가를 전수조사한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500개가 안 돼 이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명확한 정보 아래에서 정리가 된 것이 아니고 여전히 모호한 상태에서 출하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일선 현장에서 대부분 대량 급식이나 가공식품에 사용된다고 하는데 발표된 수는 너무 적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GMO반대전국행동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국먹거리연대 등은 지난달 31일 입장문에서 "국민들은 정부가 먹거리 검역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에 분통이 터진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주키니 호박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란 농민들이 태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주키니 호박 출하 허용 확인서'를 발급받은 농가 467호를 대상으로 주키니 호박 출하가 재개됐습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 애호박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우선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논란이 재점화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당국이 허용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으므로 안전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다만 국내에서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중에 나온 것은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조금 과한 측면이 있었다"며 "회수 조치, 출하 금지 등의 단어는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데 정부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농식품부 소속 국립종자원은 지난달 26일 국내에서 생산된 주키니 호박 종자 일부가 승인되지 않은 LMO로 판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해당 종자의 판매를 금지하고 회수했습니다. 또 농가에서 재배 중인 주키니 호박에 대해서는 출하를 잠정 중단시켰습니다.
이후 농식품부 전수조사 결과 실제 484호가 주키니를 실제 재배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467호는 LMO가 아니고 17호는 미승인 LMO인 것으로 판정됐습니다.
국립종자원은 미승인 LMO 재배 필지에 대한 폐기를 진행했습니다. LMO가 아닌 주키니 호박 재배 농가에 대해서는 '주키니 호박 출하 허용 확인서'를 모바일, 현장 배부 등으로 발급하고 3일부터 출하를 전면 허용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995년 이후 안전성이 확보돼 승인·섭취하고 있으며 성분 등에서도 일반 호박과 차이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주키니 호박 출하 허용 확인서'를 발급받은 농가 467호를 대상으로 주키니 호박 출하가 재개됐습니다. 사진은 GMO 완전표시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