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수상 레저의 중심지 역할인 마리나 시설을 새로 만들면서 지자체들의 ‘마리나 전쟁’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수상 레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레저 선박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전곡항에 정박된 레저 선박. (사진=뉴시스)
등록 레저 선박 10년 새 3.6배 늘어
레저 선박이라하면 모터보트, 고무보트, 수상오토바이, 세일링요트 같은 동력수상레저기구를 말합니다. 한때 요트가 ‘귀족 스포츠’로 불리기도 했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점차 장벽이 낮아지며 최근엔 수상 레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10년 전인 2013년 등록된 레저 선박이 처음으로 1만대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등록된 레저 선박은 3만6128척으로 10년 새 3.6배나 늘었습니다.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서도 1.5배 규모입니다.
수상 레저 인구가 늘자 정부도 선도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핵심이 선박 계류시설인 마리나 조성입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마리나는 정박할 수 있는 계류시설과 주유·정비·수리시설, 휴식과 교육, 체험 시설에 배후 상업시설까지 만들어집니다.
해상 계류장의 월 사용료는 평균 50만원 안팎입니다. 여기에 각종 부대시설 사용료와 프로그램 이용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합니다. 해수부는 전국에 마리나 조성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 6303억원, 생산유발효과 1조2383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조성될 서울수상레포츠센터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 계류시설 다합쳐 150선석 안팎 불과해
서울은 그동안 수상 레저 분야에 취약했습니다. 레저 선박 등록은 2660대로 결코 적지 않지만 계류시설은 태부족했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서울마리나가 90선석 가량 되며, 한강 각지에 있는 유도선장이나 수상레저사업장까지 합쳐야 150선석 안팎입니다. 서울에 등록된 선박들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에 대부분의 서울 소재 선박들은 김포에 있는 아리마리나, 인천 영종도에 있는 왕산마리나, 경기도 평택에 있는 전곡마리나, 경기도 화성에 있는 제부마리나 등으로 원정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선박을 계류해 두고 다시 집까지 1~2시간 이동하는 단점은 물론, 일부 마리나에서는 사용료를 올리거나 현지 주민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불편을 겪었습니다.
평균 폭이 1.2km나 되는 한강 입장에서도 수상 레저로 활용하는 빈도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한강 아트피어 조감도. (사진=서울시)
도전장 내민 서울, 배후 상업시설 최고 강점
서울시는 올 여름까지 난지에 150선석 규모의 서울수상레포츠센터를 조성 중입니다. 한강아트피어가 들어설 이촌에도 50선석 규모의 계류시설이 들어서며, 잠실에도 계류시설 설치를 추진 중입니다.
파도와 바람 등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해수면 마리나와 달리 한강에 마리나를 조성하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해수면 마리나에 비해 안전하고 건설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해수면 마리나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상시 진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주변에 양식장을 피해 다니는 고충이 있습니다. 내수면 마리나에선 레저 선박뿐만 아니라 카약이나 수상스키 같은 다양한 해양 레저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강에 마리나를 만들 경우 최대 장점은 국내 최고 소비도시를 배후에 둬 접근성이나 소비력이 월등하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쉽고, 이들 선박을 이용한 후에도 식사·휴식 등을 위해 이동하기 편리합니다.
서울시는 향후 마리나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늘리는 등 시민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상 레저를 즐길 잠재 수요는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기반시설은 필요하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저렴하고 혹은 쉽게 수상 레포츠들을 체험하고 교육받을 수 있거나 경험해 보는 시설들이 생긴다면 더 시민들의 삶을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천 영종도 왕산마리나에서 요트를 정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인천·경기도 마리나 활성화에 총력전
인천·경기의 마리나 확충 노력도 서울 못지 않습니다.
경기도는 300선석 규모의 제부마리나와 200선석 규모의 전곡마리나, 196선석의 아라마리나를 갖고 있지만, 특히 전곡마리나는 빈 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 이미 만석인 상태입니다. 경기도는 방아머리마리나와 시화호마리나를 추가 조성해 수요를 분산하고 해상 레저의 선두 자리를 지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인천도 해수부의 2차 마리나항만 기본계획에 연수구 인천마리나항만과 송도마리나항만, 중구 영종마리나항만, 서구 인천터미널마리나항만, 옹진군 덕적도마리나항만 등 총 5곳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내 수상 레저 산업이 아직 성장기로 수익구조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지역이 수상 레저 도시로 성장할지 주목됩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