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시인 런던이 지금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 템스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웨스트민스터사원과 빅벤 등 유명 랜드마크들이 템스강변에 위치해 있고, 템스강 상류에서 펼쳐지는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릿지대학 사이의 조정경기는 지금도 명물로 남아 있습니다. 리버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던 런던시민들의 모습도 꽤나 인상적입니다.
활발함하면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 사람들도 지지 않습니다. 더블린은 쇠퇴한 리피강 하구 부둣가를 개발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어 영국을 뛰어넘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습니다. 리피강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강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조정, 카약 등을 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독일하면 ‘아버지의 강’ 라인강을 떠올리지만, 엘베강 역시 ‘어머니의 강’이라 불리며 라인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됩니다. 독일 사람들에게 역사적으로 강은 도로보다 안전하고 빠른 운송수단입니다. 엘베강과 북해가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진 함부르크는 일찍부터 크게 번성해 지금도 어느 곳보다 개방되면서도, 독일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입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사람들이 물에 뛰어들어 수영하는 모습을 정말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실내수영장만을 선호하는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특히,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마치 이런 날만 기다렸다는듯이 가방에 수건과 수영복을 챙겨 혼자서 혹은 삼삼오오 수영을 즐기는 밝은 표정의 코펜하겐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한강이 있습니다. 한강은 이름 그대로 큽니다. 평균 폭이 1.2km라니 다른 강들과는 몇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심지어 리피강은 한 쪽에서 공을 던지면 맞은 편에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수준이죠. 청계천이나 도림천 규모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니까요.
그러다보니 우리는 한강을 즐길 때 수변에만 머무릅니다. 수상이 빠진거죠. 애초에 옛 서울 자체가 한강을 끼고 발전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죠. 가끔 이벤트성으로 한강을 맨몸이나 뗏목에 의지해 횡단해야만 할 정도입니다. 한강에 30개가 넘는 다리가 있다니 정말 많긴 많습니다.
서울시가 얼마 전 한강 르네상스 시즌2를 발표했습니다. 이름이 ‘그레이트 한강’이라니 ‘크고 큰 강’ 같은 작명은 꺼림칙하지만, 여하튼 한강 르네상스 시즌2의 핵심은 수상으로 진출했다는 겁니다. 더이상 우리도 수변에만 머물지 말고 한강의 수상공간을 활용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시즌2의 핵심사업 중 하나가 서해뱃길입니다. 막혀있는 한강 하구 대신 아라뱃길을 이용해 서해로 진출하는 항로를 운영한다는데, 일단 그림대로라면 여의도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 목포, 제주도, 나아가 중국, 일본, 동남아까지도 배로 갈 수 있습니다. 수상버스가 생긴다면 여의도에서 뚝섬·잠실도 쉽게 다닙니다.
사실 환경 문제나 경제성보다도 가장 큰 걸림돌은 상상력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한강 다리를 건너는 우리는 한강에서 배를 타고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해왔습니다. 늘상 건너는 일에만 익숙했지 이렇게 큰 강 위에서 무엇을 한다니 낯설기까지 합니다.
며칠 전 여의도에서 경인아라뱃길까지 시범운항한 한강르네상스호를 타고 한강을 바라봤습니다. 물 위에서 보는 한강은 뭔가 어색했습니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에서 보는 것과는 시각적인 건 물론 느낌 자체가 달랐습니다. 너무 아파트만 보여 더 자연적인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볼 게 너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런던, 더블린, 함부르크, 코펜하겐이 갖고 있는 강이나 운하와 우리의 한강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오세훈 시장의 시즌2는 그 상상력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요. 기왕이면 르네상스라는 이름처럼 그 시즌2의 끝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결과를 가져오길 바랍니다.
박용준 공동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