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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낮춘 나라셀라…공모가 '조삼모사'
고평가 해외기업 2곳…국내 유사회사 하이트진로와 비슷
입력 : 2023-04-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공모 일정을 한달 연기한 나라셀라가 희망공모가 밴드를 하향 조정했지만 고평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희망 공모가를 기존 공모가와 비교해 8~9% 가량 낮췄지만 국내 시장과 비교해 고평가를 받는 해외 기업의 비중이 더 높아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나라셀라는 이제 공모까지 남은 한달동안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공모가 아닌 점을 들어 흥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습니다.
 
적용 PER 낮춰…공모가 거품 살짝 걷어내
 
표=뉴스토마토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나라셀라는 증권신고서를 정정 기재했습니다. 최근 유사회사 선정과 공모가 거품 논란이 있었던 나라셀라는 지난주 두 차례의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유사회사를 수정하고 공모 일정도 미뤘는데요. 결국 희망공모가 밴드를 하향해 시장 의견을 반영한 모양새입니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와인 관련 기업 최초 상장이다 보니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시장의 눈높이를 최대한 반영해 신고서를 재정비해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처음 유사회사에 선정된 루이비통 등으로 논란이 일자 금감원측이 회사 및 주관사에 정정 관련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모가 조정을 위해 나라셀라는 적용 주가수익비율(PER)을 낮췄습니다. 기존 23.22배에서 22.06배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적용 PER이 낮아지자 기업가치 평가액과 주당 평가가액도 낮아졌습니다.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전보다 높여 주당 희망공모가액 밴드 하단과 상단이 2000원씩 낮아진 2만~2만400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총 공모금액은 319억~377억원에서 290억~348억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1417억~1674억원에서 1288억~1545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여전히 높다…유사회사 선정 꼼수 
 
희망공모가 밴드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사회사 선정 기준을 변경하며 국내, 해외 유사회사를 새로 지정했지만 PER 수준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 증시 대비 고평가를 받는 해외회사가 2곳으로 국내회사 1곳보다 많습니다.
 
기존 나라셀라의 국내 유사회사 선정 업종은 음료 제조업과 기타 가공식품 도매업이었습니다. 새로 정정한 증권신고서에는 이 부분이 변경됐는데요. 도매 및 상품 중개업으로 선정 업종을 바꿨습니다. 음료와 식품에 중점을 둔 이전 기준에서 유통 쪽으로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유사회사 역시 와인과 주류 관련 매출이 있는 회사에서 주류 유통 관련 매출이 있는 회사를 선정했습니다.
 
재무 기준도 선정 대상인 유사회사에 초점을 두지 않고 나라셀라를 기준으로 매출액이 5배 미만 혹은 절반 이상인 회사를 검토했습니다. 국내 유사회사는 2021년과 작년의 매출액을, 해외는 최근 4분기 매출액입니다. 바뀐 기준으로 최종 선정된 국내 유사회사는 기존 하이트진로(000080) 대신 K-뷰티 브랜드 제품을 플랫폼을 통해 해외 판매하고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실리콘투(257720)로 변경됐습니다. 해외는 기존에 있던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에 이탈리아 와인과 스피릿을 도매 및 소매로 공급하는 콤파니아 데이 카라이비가 새로 선정됐습니다.
 
다만 PER의 변경폭은 크지 않습니다. 해외 회사의 PER는 보통 국내 회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합니다. 해외 유사회사에 새로 선정된 콤파니아 데이 카라이비의 PER는 31.70배입니다. 국내 유사회사인 실리콘투의 18.29배보다 높은 수준이죠.
 
아울러 실리콘투의 PER도 기존 유사회사인 하이트진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눈에 띕니다. 하이트진로의 PER는 18.65배로 실리콘투와 비슷한 18배 수준입니다. 국내 회사 중 보라티알은 모든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만 PER가 4.16배라는 이유로 최종 유사기업 선정에서 제외됐습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공모를 하는 기업이 원하는 적정 수준의 가치보다 낮다면 유사회사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건은 흥행 여부…상반기 공모주 시장 '맑음'
 
공모 일정 한달 연기, 희망공모가 밴드 하향 등 나라셀라는 코스닥 시장 상장 과정에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따라서 공모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금투업계 관계자는 "희망공모가 상, 하단의 2000원 하향으로 기관 투자자들 입장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공모 규모가 크지 않고 와인 관련 최초 상장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투자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나라셀라의 공모 일정이 아직 한달이 남은 만큼 시장의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한달 동안의 시장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앞선 공모주들이 예상보다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코스닥이 조정을 받는다면 밴드 하단 미만으로 기관 수요예측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 시장은 활기를 띄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제외한 올해 신규 상장사 16개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21.5%입니다. 그 중 미래반도체(254490)는 380.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꿈비(407400)(353.0%), 제이오(418550)(171.5%), 나노팀(417010)(147.3%), 오브젠(417860)(141.7%), 금양그린파워(282720)(122.5%), 스튜디오미르(408900)(115.6%) 등이 100%가 넘게 상승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시장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나라셀라의 공모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밸류의 고평가 우려가 있어도 시장이 좋으면 공모에 올라타는 등 공모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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