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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입력 : 2023-04-20 오후 6:00:57
인체 유해 물질을 해독하는 것을 디톡스(detox)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최근 의도치 않게 강제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됐습니다. 3일간, 72시간 동안 전화는 울리지만 디스플레이 블랙 현상으로 전화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평상시처럼 핸드폰을 손에 넣고 사용 중이었는데, 비오는 날 우산을 쓰면서 핸드폰을 사용하다 떨어뜨린 것입니다. 화면에 가로줄이 생긴 후 핸드폰 화면이 정지됐습니다. 전화도 울리고, 문자 오는 소리도 들리지만, 블랙이 된 화면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강제적으로 반 디지털 디톡스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핸드폰은 자연스레 가방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알림 소리에서도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평상시 핸드폰을 들고 다니느라 자유롭지 못했던 손은 가족의 손을 잡기도 했고, 아이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어 줬습니다. 손을 잡고 장난도 치고 말이죠. 연락이 안와도 놓치 못하고, 손에 쥐며 괜스레 핸드폰을 보곤 했지만, 두 눈도 자유로워졌습니다. 길가는 사람들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변사람과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주변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됐습니다. 아이와 눈을 찡긋하며 장난도 더 치게 된 거 같습니다. 
 
(사진=뉴시스)
 
해외에서도 디지털 디톡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해외의 한 호텔은 체크인 시 전자기기를 카운터에 맡기는 패키지를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전자기기를 맡기는 대신 삼림욕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패키지입니다. 스마트폰 전파가 잘 통하지 않는 객실로 디지털 디톡스 체험을 하도록 예약을 받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편리하긴 하지만, 디지털 기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가 봅니다. 
 
디지털 디톡스로 그동안 놓쳤던 일상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주변사람들과도 연락을 할 수 없고, 시시각각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평상시 자주 이용하는 길찾기도 이용이 불가했습니다. 사진으로 남기던 일상도 멈췄습니다. 계산용도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불편은 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디지털 디톡스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면, 불편함은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어떤 기회비용이 더 큰지 당장 계산해낼 수는 없지만, 평상시 적절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 72시간이었습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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