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방산업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한화에 방산비리 의혹을 받았던 군 고위 간부 출신을 포함해 군 출신 다수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방산기업 1위인 한화가 고위 군 간부 출신을 영입해 기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비리 의혹으로 뒷소문이 무성했던 군 고위 간부를 사외이사로 두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부에서는 방위사업청이 대우조선 관련해 독점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서둘러 공정위위원회에 제출한 것이 이 같은 배경과 연결 짓기도 합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공직윤리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2023년 1월까지 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에 취업 심사를 받은 중령 이상급 군 간부 출신은 총 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화그룹이 국내 방산업계 1위인 만큼 군 출신 간부들이 많이 포진돼 있었습니다.
방산비리 의혹을 받다가 무죄로 풀려나 2019년~2021년까지 한화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군 출신 간부도 있었습니다.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 역할을 하며 이사회에 참석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충고나 조언을 하는 역할입니다.
사외이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리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한 군 간부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문제가 제기됩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퇴직 전 소속 기관의 임직원에게 법령을 위반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한 청탁 또는 알선행위에 대해 철처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국가에 사법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고, 그 곳에서 문제가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나온 것이라 A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2019년~2023년 군 고위 간부 출신, 한화그룹 취업 심사 자료. (출처=공직자윤리시스템)
군 출신 스카웃은 '인맥 활용 정부 수주' 목적
한화가 고액을 들여 군 간부 출신들을 스카웃하는 이유는 전문성도 있겠지만, 이들의 인맥을 활용해 정부 수주를 따내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화는 방산 수주에 있어 국방부 출신 등 관련 인력이 너무 많아서 경쟁업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직윤리시스템을 분석해 보면 군 간부로 전역했다가 방산업체로 재취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한 달에 불과합니다. 현역에 있을 때 재취업을 위해 어떤 일을 했을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2020년 '군 경찰'인 해군 헌병대의 전 대령이 사기업에 재취업한 후 인맥을 동원해 군 보안시설 수주를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도 있습니다.
당시 한 대령은 2019년 초 전역한 직후 보안설비 등을 제작하는 업체 상무로 재취업했습니다. 이 업체와 업체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업체에 진해기지사령부에서 고속침투 차단 시설인 '로드 블록' 설치 사업 입찰 과정에서 고위 관계자 등을 접촉해 수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또 금태섭 전 의원이 2020년 공개한 판결문에는 현역 공군 장교 A씨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하기 위해 군사기밀을 빼돌렸고, 결국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군사기밀의 경우 내부 주요 인원만 알 수 있는 만큼 군 밖에서는 중요한 정보로 쓰이게 됩니다.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가 원주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산, 정부 주도 입찰…경쟁사 활동 위축
민간 시장과 달리 정부가 주도하는 방산 입찰은 무기체계와 부품의 가격 정보를 모두 국방부 산하 방사청이 가지고 있습니다. 군 출신들의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경쟁사들의 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군함 시장에서 새 독점기업으로 떠오를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 방산에 있어 다른 조선소보다 유리한 유치에 올라설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화, 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간 이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는 26일 최종 승인을 낼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 결합이 군함 건조시장에 미칠 영향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아무런 단서가 없는 무조건 승인을 내릴지, 최소한의 조치를 담은 조건부 승인을 내릴지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판단할 것으로 봅니다.
한편, 방사청은 오는 5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을, 하반기에는 1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3번함 건조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선업 관계자는 "한화가 다른 조선업체에만 높은 부품 가격을 제시해 단가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자기 회사에 좀 더 좋게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습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도 "한화가 수직계열을 통합하게 되면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있다. 국내 중소업체에게 하청을 준다던지, 협업을 해야 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