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등 주거 시설에 초등학교 분교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폐교된 지역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문제와 재개발·재건축 지역 과밀 학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거 시설은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이 조성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관련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도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 현장의 염려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오피스텔·아파트 분교, 폐교 지역 학생 원거리 통학 문제 등 해결 위한 방안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서울형 분교 태스크포스(TF)'는 오피스텔·아파트 등 주거 시설에 초등학교 분교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폐교하는 학교가 잇따라 나오면서 통학이 힘들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복안입니다. 2015년 금천구 흥일초, 2020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에 이어 지난 2월 광진구 화양초가 문을 닫았습니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경우 갑자기 학생들이 몰려 과밀 학급 문제가 생기는데 이러한 부분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분교와 관련해 선행 연구로 나온 모델이 11개가량 있는데 오피스텔·아파트를 활용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라면서 "지난달 27일 중간보고가 있었고 아직까지 검토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오피스텔·아파트 등 주거 시설에 초등학교 분교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 뉴시스)
교육계 "교육 환경 열악해지는 부분 감수하고 이렇게 할 이유 없어"
해당 방안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거 시설의 경우 운동장·보건실·도서관 등 기본적인 교육 환경을 갖추기 어려운 데다 서울이 오피스텔·아파트 분교를 고려할 만큼의 상황도 아니라는 게 공통된 견해입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오피스텔·아파트는 주거 목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교육 활동을 수행할 환경이 안 된다. 게다가 학생들 등·하교 때 주민들과 동선이 겹치는데 안전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라며 "이는 한 학교가 폐교되면 다른 학교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농어촌 지역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보인다. 서울은 교통이 발달해 있고 근거리에 다른 학교도 많아 교육 환경이 열악해지는 부분을 감수하고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오피스텔·아파트에 분교를 두게 되면 단순한 수업밖에 못 하게 되는데 학교는 지식만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거라면 학교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면서 "학생 수 적은 소규모 학교가 폐교되기 전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과밀 학급 문제도 차라리 지금 교육부가 활용하고 있는 이동식 건물인 모듈러 교실을 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문제가 되는 부분 최소화하는 방안 검토 중"
서울시교육청도 교육 현장의 이러한 걱정 어린 시선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주거 시설에 있는 분교로 학생들이 통학할 때 주민들과 동선이 겹치는 부분은 주거 시설 건물 전체를 매입 또는 임대해 분교로 활용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다른 염려들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가 만든 안이 나오고 나서도 학부모 등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적인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현행법상 오피스텔·아파트 등 주거 시설에 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검토하는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복합시설법, 초·중등교육법, 학교용지법, 교육환경보호법 등 개정해야 할 법률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를 두고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실제 해당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면 올해 하반기에 법령 개정 등 필요한 조치들도 취하고자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오피스텔·아파트 등 주거 시설에 초등학교 분교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진은 서울시교육청 전경.(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