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화창한 봄날 날씨 속에 북녘을 향해 달리는 평화의 푸른 물결이 임진각을 비롯한 파주 일대를 수놓았습니다.
(재)우리아이재단과 뉴스토마토는 23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일대에서 경기도와 파주시의 후원으로 ‘2023 DMZ 평화마라톤’을 개최했습니다.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들이 대회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들이 대회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들이 대회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참가자들 "완주에 목표, 남북 사이 좋아지길"
2000명에 육박하는 참가자 숫자가 증명하듯 이날 오전부터 임진각 일대에는 대회 참가자들과 응원하러 온 가족·친구·연인·동호인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참가자들은 정식 대회행사가 이뤄지는 오전 9시 이전부터 행사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몸을 풀면서 대회에 앞서 긴장감을 덜어냈습니다.
타투 스티커 부스에는 아침부터 인파가 몰려 DMZ 평화마라톤의 의미를 더했으며, 특히 한반도 모양의 스티커가 가장 먼저 동이 났습니다.
인천에서 대회장을 찾은 하준이네 가족은 아빠인 김주환(34)씨가 10km 코스에 참가했고, 다른 가족들은 평화누리 공원에 자리잡아 “부상 안 당하고 건강하게 와”라며 완주를 응원했습니다.
김씨는 “취미로 러닝을 해 참가하게 됐는데 다음엔 하준이랑 같이 뛰는 게 목표”라며 “민통선 너머로는 평소에 못 들어가는 곳이니 직접 뛰면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평화가 와서 남북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포에서 활동하는 러닝 동호회 ‘포미런’ 소속 6명도 이번 대회 하프 코스와 10km 코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포미런 소속 윤원기(32)씨는 “순위권보다는 무사히 완주 메달을 받는 것이 목표”라며 “그동안 김포지역 대회를 나갔는데 함께 온 크루원 모두 즐겁게 뛰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정광섭 뉴스토마토 대표이사가 23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2023 DMZ 평화마라톤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다음, 다다음 대회엔 개성까지 풀코스"
이날 대회는 오전 9시 정광섭 뉴스토마토 대표이사의 개회선언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습니다.
정 대표는 “당초 북측으로 돌아가는 관문인 도라산역까지 달리는 코스로 대회를 준비했지만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며 “다음이나 다다음 대회에는 개성까지 풀 코스를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이고 4·27 남북 공동선언 5주년인데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통일대교를 달리면서 평화와 통일의 염원도 다지고 소중한 분들과 함께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기원 우리아이재단 이사장은 “오늘 평화마라톤에 참가해 주신 여러분들의 참가비 또한 우리아이재단에 전액 기부돼 한반도에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서 쓰일 것”이라며 “이 화창한 신록 속에서 열심히 뛰고 걸으며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끄는 기회의 수도 경기도는 남북 화해 및 경기 북부 미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오늘 대회를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여러분들이 한 걸음 한 걸음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발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시는 분단의 아픔을 동시에 통일의 길목에 위치한 평화의 중심도시로 평화의 미래로 나아가는 참가자 여러분의 힘찬 발걸음이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길 바란다”라며 “언젠가는 임진각에서 휴전선을 넘어 백두산까지 계속하여 달릴 수 있도록 평화의 발전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민통선 안까지 달리며 봄날 정취 만끽
오전 9시30분 출발선에 선 참가자들은 하프 코스, 10km 코스, 7km 코스별로 각각 나뉘어 출발 카운트다운과 함께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이날 파주지역 날씨는 20도를 웃돌 정도로 늦봄치곤 제법 더웠지만, 구름이 해를 가려주고 봄바람이 불면서 대회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DMZ 평화마라톤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민통선을 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 코스 모두 통일대교를 돌아나오는 코스로 짜여져 참가자들은 북녘 땅을 바라보며 봄날의 정취를 한껏 느꼈습니다.
달리기에 능숙한 참가자들이 대거 몰린 하프 코스는 제법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반환점마다 선두권의 순위가 뒤바뀌었고 마지막 4차 반환점을 돈 후에야 우열을 가릴 수 있었습니다.
하프 코스 남자 부문에선 최준환씨가 1위, 김동완씨가 2위, 백경수씨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하프 코스 여자 부문에선 최솔이씨, 문혜영씨, 김미숙씨 순이였습니다.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 이정탁씨가 완주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2023 DMZ 평화마라톤.참가자들이결승선을 향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완주 자체가 즐거움 "민통선 더 뛰고파"
7km와 10km 코스 참가자들도 대회의 즐기는 데 있어선 전혀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친구와 함께 뛰거나, 힘이 들 때에는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회를 즐겼습니다.
인천에서 온 이정탁(33)씨와 김재희(33)씨 커플은 각각 10km 코스와 7km 코스에 참가해 준수한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이들 커플은 행사장 포토존에서 완주 인증샷을 찍으며 완주의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이씨는 “민통선을 경험해보니 감회도 새롭고 재밌어서 더 뛰고 싶었다”며 “다른 대회보다 풍경도 좋았고, 간식도 마음에 들어 내년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023 DMZ 평화마라톤. (사진=뉴스토마토)
파주=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