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귀국했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검찰이 쥔 모습입니다. 검찰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신병확보에 실패했지만, 자유자재로 판을 마음 먹은대로 이끌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고 흔드는 모양새입니다.
송영길 전 대표가 검찰 조사를 자청했지만 검찰은 "정해진 수순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하면, 돈봉투 의혹을 받는 의원들을 차례로 조사한 뒤 송영길 전 대표로 '화룡점정'을 찍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인거죠.
의혹을 부인하는 송영길 대표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하기보다는 관련 의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를 마친 뒤 최종 확인차 송 전대표를 수사하는 식으로 민주당을 압박하는게 낫다고 본 겁니다.
의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이 이뤄질때마다 정치판은 요동칠 게 뻔합니다. 검찰로서는 '꽃놀이패'를 하나씩 까면서 수사를 이어가면서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올 조건도 충분한 셈이죠.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의 영장 재청구는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돌발변수'가 생겼지만, 검찰이 '시간표대로 움직인다'는 방침을 내놓는 이유입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항사진기자단)
'변곡점' 맞은 '민주당 돈봉투 의혹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이제 도착했으니 상황을 파악하겠다"며 "모르는 상황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말한 것처럼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 있게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며 "검찰은 주위 사람들을 불러서 주변을 돌기보단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윗선으로 보고있는 검찰은 당장 송 대표를 소환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대신 아직 소환하지 않은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빠른 시일내에 불러 금품이 조달되고 살포된 경로를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검찰은 윤의원과 이의원 등 현역 의원 2명을 포함한 핵심 피의자들을 대거 출금금지 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첫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피의자들끼리 말 맞추기와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강래구 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 기각되자 후속 조치로 공여자들에 대한 무더기 출금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녹취파일을 바탕으로 수수자를 추려가면서 강 회장에 대한 추가 혐의를 포착할 가능성도 큽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강래구 구속영장 재청구…송영길 혐의다지기 주력
검찰은 이르면 추가 수사를 바탕으로 이번주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 시일내에 증거인멸 정황과 구체적인 금품조성 과정, 전달 경위 등을 보강회 신병확보를 나서려는 겁니다. 검찰 관계자는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송영길 대표에 대한 소환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 전 대표의 소환조사도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검찰은 금품 공여자 조사와 신병처리 여부가 결정된 후 소환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실제 검찰은 '혐의 다지기'가 중요합니다. '오늘이라도 소환하면 응하겠다'는 송 대표와 달리 확보한 녹음파일 속 주요 피의자를 상대로 관여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