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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마라톤
입력 : 2023-04-25 오후 6:16:21
지난 23일 '2023 DMZ 평화마라톤'에서 아주 오랜만에 달렸습니다. 한 마디로 평하자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평소 마라톤을 추천하고 다녔는데 글쎄 마지막으로 달렸던 때가 2014년이더군요. 무려 9년 전입니다. 당시 마라톤을 뛰고 씩씩하게 인천 아시안게임을 보러갔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23일 파주 문산읍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9년의 세월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습니다. 일단 9년의 세월이 흘러서 제가 갖고 있는 하드웨어도 약간은 낡았고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따르느라 집에 머물며 체지방도 크게 늘었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체중이 10kg이 불면 달리기 시 느껴지는 충격 강도가 70kg 정도가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체중이 늘어나면 그만큼 몸의 많은 근육들이 그만큼 더 큰 스트레스는 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근성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일단 빨리 가보자'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굳이'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뛴 시간보다 걸었던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짧은 거리를 뛰었지만 예전과 비슷한 기록을 내고 말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 몸을 사려야 겠다는 마음도 커진 것 같습니다. 감당 못할 만큼의 ‘최선’이 언가부터 꽤나 부담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달리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분들은 70대 정도 돼 보이는 어르신들이었습니다. 마른 근육을 가지신 어르신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뛰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흔들림 없는 꾸준함이 많은 마라톤에서는 순위를 앞당겼습니다. 그들을 보니 경외심마저 들었습니다. 
 
한 60대 여성은 10km를 54분이 기록으로 들어왔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왜 나보다 못 뛰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게요. 전 겨우 9년이 지났을 뿐이고 어르신들은 더 많은 시간이 흘러도 왜 그렇게 잘 뛸 수 있을까요. 아마도 꾸준한 운동이 그들을 단단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꾸준함은 세월도 노화도 넘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자잘하게 바쁜 일들로 정작 내 몸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체력이 돼야 나머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9년 동안 얼마나 많은 걸 놓고 살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됐습니다. 다음 날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균형 근육통에 또 한 번 반성을 하게 됩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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