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교역 조건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경상수지(GDP 대비)가 최대 0.43%포인트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보다 140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경상수지가 약 160억달러(GDP 대비 1.0%) 흑자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298억달러(GDP 대비 1.8%)보다 138억달러 줄어든 수치입니다.
2012년 1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분석 결과를 보면 세계 교역량, 교역 조건, 실질실효환율은 경상수지의 상승 요인이나 내수(지출)가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세계 교역량과 교역 조건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경상수지는 각각 최대 0.13%포인트, 0.4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실질실효환율이 1% 상승하면 경상수지는 최대 0.09%포인트 늘어납니다.
이에 반해 내수가 1%포인트 증가하면 경상수지는 최대 0.60%포인트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KDI는 분석 결과를 기초로 충격요인별 역사적 분해(historical decomposition)를 수행한 결과, 최근 경상수지의 하락이 교역 조건 악화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내수 회복도 경상수지 하락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봤습니다.
지정학적 위험으로 원유·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반도체 등의 가격 하락으로 교역 조건이 크게 악화하면서 경상수지를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2022년 하반기에 교역 조건 하락으로 인한 경상수지 하락은 총 -2.4%포인트 내외로 분석돼 최근 경상수지 하락의 주요인이 교역 조건의 악화였음을 시사한다"며 "하반기 중 대외 여건의 악화로 경기가 부진했지만 내수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여 경상수지 하락에 -1.0%포인트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세계 교역량과 실질실효환율의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이란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경상수지가 약 160억달러(GDP 대비 1.0%)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사진=뉴시스)
올해 경상수지 전망은 이른바 '상저하고'의 흐름으로 예상했습니다.
세계 경제 부진이 지속되는 상반기에는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등 약 100억달러 적자(GDP 대비 -1.0%)를 전망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 회복과 내수 증가세 둔화로 경상수지 상승 요인이 가시화되면서 약 260억달러(GDP 대비 2.8%) 흑자를 예측했습니다.
경상수지의 하락이 외환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고려할 때 외환 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준형 총괄은 "2022년 한국의 외환보유액과 순대외자산 수준은 과거 외환 위기를 겪은 국가와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며 "한국의 순대외자산 규모가 GDP 대비 46%이다. 향후 경상수지 적자가 1~2년 발생하더라도 순대외자산 감소로 인한 외환 위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 폭을 축소하는 것이 거시경제 안정을 담보하지 않을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여건의 악화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려면 내수를 둔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내수 경기와 밀접한 고용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올 하반기 경상수지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20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이란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경상수지가 약 160억달러(GDP 대비 1.0%)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자료는 경상수지 규모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