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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평화마라토너, ‘마침내’ 교황 만난다
뇌경색, 후원회 해산 등 역경 딛고 목표 달성
입력 : 2023-05-09 오후 5:02:1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제주도에서 바티칸까지 약 1만km를 달리는 여정의 목표인 교황을 마침내 만날 전망입니다.
 
강씨는 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교황청 대사관을 통해 단독 면담은 어렵지만, 6월 중 미사에 초대받아 제가 달린 이유를 얘기하고 미사 후에 인사를 나눌 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강씨는 교황과의 단독 면담을 원했지만, 단순한 종교지도자 이상인 교황을 실제로 볼 수나 있을지도 미지수였습니다.
 
강씨는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정우석 종교간대화위원장, 위성락 전 주러시아 한국대사 등 각종 종교·평화 관련 단체와 인사를 총동원해 교황 측에 직접 작성한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단순히 서한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작년 8월22일 제주도에서 출발해 판문점까지 국내 일정에 이어 10월1일 베트남에서 출발해 바티칸까지 달리는 1만1000km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강씨의 진심이 교황청에 전달됐고, 약 40일 후면 교황을 실제로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지난해 8월 제주도를 출발해 바티칸까지 평화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교황 만나러 뇌경색 딛고 달려
 
60대 중반인 강씨가 조깅용 유모차 하나만 의지한 채 머나먼 바티칸으로 향한 이유는 교황을 만나 판문점 미사에 초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주대륙 횡단, 유라시아 종주 등으로 ‘평화마라토너’로 불리게 된 강씨는 2020년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우측 마비라는 진단을 받고 거동조차 불편했던 강씨를 움직였던 건 또다시 ‘평화’였습니다.
 
수년째 멈춰선 남북 대화와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전쟁을 바라보며 강씨가 내린 결론은 “교황을 판문점에 초대하자”입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교황이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성탄절 미사를 갖는다면 남북과 세계 평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발상입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지난해 8월 제주도를 출발해 바티칸까지 평화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줄어드는 관심, 겹친 역경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그만큼 교황을 만나러 무작정 먼 길을 달린다는 일은 외롭기만 했습니다.
 
어렵게 꾸린 후원회도 해외 일정 도중 해산했습니다. 평화달리기 초기에 모였던 관심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도중엔 중동지역을 경비와 안전 문제가 겹치며 건너뛰어야만 했습니다. 강씨는 누구보다 정직한 달리기를 강조했지만,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알바니아에서는 목양견 100여마리에 둘러싸여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는 등 갖은 역경을 뚫고 8000km를 달렸습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지난해 8월 제주도를 출발해 바티칸까지 평화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3개국 남아 "교황 판문점 왔으면"
 
개인 후원과 책 인세에 의지한 채 11개국을 달린 강씨는 현재 크로아티아를 달리는 중입니다.
 
역경도 많았지만, 무었보다 거리에서 만난 세계인들의 환대와 응원이 강씨에게 힘이 됐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것은 물론 음식과 음료를 주고 비가 오면 우비를 주고, 마을 경조사와 잔치에도 초대받았습니다.
 
강씨의 평화 메시지를 들은 사람들은 일부 구간이라도 함께 뛰면서 남북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보탰습니다.
  
이제 바티칸까지 단 3개국만을 남겨둔 강씨는 최종 목표인 교황의 판문점 방문을 기원하며 달릴 계획입니다.
 
강씨는 “뛰어가는 거는 어떻게서든지 뛰어갈 것”이라며 “이제 교황님 만나는 것까지 성사가 됐으니 이제 저의 간절한 소망인 교황님께서 판문점에 오셔서 미사를 집전함으로써 통일의 큰 계기가 되기를 여러 사람이 마음을 함께 모아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지난해 8월 제주도를 출발해 바티칸까지 평화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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