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글로벌 경기불황이 반도체업계에도 불어닥치면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사업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SK하이닉스(000660)가 올 1분기 10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2030년 메모리 반도체 이어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투자 규모를 유지해야 향후 수요를 대비,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에 133조원 투자 계획도 밝혔습니다.
시스템 반도체 선언 이후 4년이 흘렀고, 삼성이 목표로 한 2030년까지는 앞으로 남은 시간은 7년 남짓입니다. 삼성이 비메모리 시장 1위 달성을 위해서는 비메모리에 해당하는 △파운드리 △이미지센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1위와 격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입니다. SK하이닉스도 이미지센서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삼성은 모바일AP을 제외한 파운드리와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2위지만 1위와 격차가 큽니다.
이미지센서는 소니 25%p, 모바일AP 애플과 23%p 격차
우선 지난해 기준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삼성은 1위 소니와 25%포인트 격차가 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에서 소니가 54%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가 29% 점유율로 2위, SK하이닉스가 2%대 점유율로 7위에 그쳤습니다.
카메라에서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모바일AP에서 삼성은 2012년 11.1% 점유율로 2위까지 올라섰지만, 2013년 기점으로 점유율이 7%대로 추락하면서 현재 5위로 밀렸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모바일AP 시장 순위는 애플이 31%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미디어텍(28%), 퀄컴(21%), 유니SOC(9%), 삼성(8%)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삼성은 모바일AP시장에서 다시 선두로 치고 나와야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모바일AP 엑시노스2200. (사진=삼성전자)
모바일AP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의 격차는 23%포인트로 크지만, 삼성의 설계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회사는 세계 최대 출하량을 기록하는 모바일 사업부에 모바일AP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늘릴 수 있어 시장점유율 확대가 보장되는 구조입니다. 또 모바일AP는 최선단 공정으로 생산되는데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최근 3나노 양산에 들어간 점 역시 모바일AP 핵심경쟁력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AP 업체 대부분이 ARM의 아키텍처(설계방식)를 기반으로 설계를 조정해 나가는 방식”이라며 “삼성은 부족한 설계 기술력을 AMD와 협력하고 있어 발열 등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시장점유율 확대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운드리 역시 대만 TSMC와 큰 격차를 내고 있지만 최근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5년 만에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둔 점을 미뤄보면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208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8년(117억달러) 대비 2배가까이 증가한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출범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5.8%에 그쳤지만, 1위 TSMC의 시장점유율은 60%에 가까운 58.5%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은 최근 5년 내 TSMC를 따라잡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은 지난 4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강연에서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우리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4나노 공정에서 2년 정도 뒤처져있다”며 “3나노 공정에서도 기술 간 차이는 있지만 1년 정도 뒤처진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경 사장은 “삼성 반도체는 3나노 공정에서 기술 격차를 줄이고, TSMC가 GAA(Gate all Around, 게이트올어라운드)에 진입하는 2나노부터 비슷하거나 앞장서 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초미세 공정 기술 한계에 부딪히면서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GAA를 적용하고, TSMC는 2나노 공정부터 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GAA는 반도체 기본이 되는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나타내는 반도체 용어입니다.
현재 첨단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핀펫 구조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데, 게이트가 채널의 3면을 감싸고 있는 핀펫과 달리 채널의 4개 면 모두를 감싸 전류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적이 클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해 전력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삼성전자는 4나노 이하에서는 핀펫 구조가 전류 흐름을 정상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3나노부터 GAA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삼성 시스템 반도체 1위 선택지 M&A, 미국·유럽 반도체 육성으로 힘들 듯
일각에서는 삼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지정,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규모로 지원하면서 삼성이 반도체기업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작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퀄컴, 인텔 등이 연합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ARM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ARM 인수는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지정, 육성하고 있어 인수합병 시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