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춘 1.5%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국내외 주요 기관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에 따라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수출 감소세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 회복 시기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파급 정도가 경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2월 275억달러로 예상한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64억달러로 흑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KDI는 11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습니다.내년 전망치는 2.3% 성장을 예측했습니다.
KDI는 지난해 5월 2023년 경제성장률에 대해 2.3%의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해 11월에는 1.8%로 이전보다 0.5%포인트 낮췄고 올해 2월 기존 수치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망치에서는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입니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 경기 둔화는 더 심해지고 하반기 회복도 이전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KDI가 예상한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9%로 사실상 0%대입니다. 하반기는 2.1%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 당시인 상반기 1.1%, 하반기 2.4%에서 내려간 수치입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중국 경제의 회복이 중국 내 서비스업에 국한되고 투자 부문으로 파급되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에 따라 KDI가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 중국 리오프닝 파급 정도의 영향으로 1.5%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실장은 "반도체나 중국 경기 회복이 저희 생각과 다르게 간다면 당연히 1.5%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위험의 정도를 생각하면 1.5%가 아니라 1% 초반 정도도 충분히 안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가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습니다. 자료는 주요 기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변동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주요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2.4%, 8월 2.1%, 11월 1.7%, 올해 2월 1.6%로 점차 하향 조정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월 1.7%에서 4월 1.5%로 낮게 판단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1.8%에서 올해 3월 1.6%로 더 낮췄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4월 1.5%의 전망치를 내놨습니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해 곡물 또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거나 주요국이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면서 금융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에도 성장세가 더 둔화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국에서 신용 위험이 확대되면서 금융 시장이 경색되는 경우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DI는 올해 민간 소비가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DI는 여행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고려해 직전보다 0.2%포인트 상향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직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3.4%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5%로 오히려 직전보다 0.1%포인트 올렸습니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가 164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 전망 당시 275억달러 흑자에서 111억달러 낮춘 수치입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해 기록한 298억달러 흑자보다는 134억달러 줄어든 규모입니다. KDI는 올해 수출 위축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도 크게 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올해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 생산 증가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보다 27만명 늘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번 전망치는 직전 10만명의 2.7배에 달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되면서 올해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사진은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실장(오른쪽)과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한국개발연구원)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