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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한국가스공사(036460)의 도시가스 미수금 총액이 14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용 미수금 등은 줄었지만 민수용 미수금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7조92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8.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884억원으로 35.5%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394억원으로 81.1% 감소했는데, 차입금 증가 및 이자율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2470억원 증가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1분기 말 기준 원료비 미수금도 공개했다. 발전용과 도시가스용을 합친 미수금은 14조291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2712억원 늘었다. 발전용과 기타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지난해 말보다 각각 약 6000억원, 1500억원이 줄었는데 민수용 미수금은 3조287억원이 늘어나 11조5143억원으로 치솟았다.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에 의거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시 보장된 가격과 실제 공급가의 차이를 미수금으로 계상 후, 추후 정산단가를 통해 회수한다. 원료비 연동제는 에너지 가격이나 환율 등이 급격히 오를 경우 이 상승분을 2개월 간격으로 가스요금에 반영하는 것으로 지난 1998년 도입됐다.
당장 에너지 가격이나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봐도 향후 그 손실분을 요금 인상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게끔 한다. 일종의 영업손실이지만, 회수해야 하는 금액인 탓에 회계장부상 '자산'으로 분류된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계속 쌓이는 결정적 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LNG(액화천연가스) 등 가스 수입사들은 매년 약 4월부터 11월 동안 가스 수입량을 늘린다. 가스 소비량은 겨울철 혹한기 급증하는 경우도 있는 탓에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에서 관리하기도 한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막히면서 유럽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이 LNG 확보에 열을 올린 바 있다. 뉴욕상업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비쌌던 날은 한여름인 8월25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MMbtu당 69.95달러로 거래됐다. 2021년 8월25일에는 17.03달러였는데, 1년 만에 가격이 약 4배가 오른 셈이다.
현재 LNG 수입가격은 11.50달러로 안정화됐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사용한 대부분의 가스가 여름철 수입한 가스인 탓에 여전히 도입가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미수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미수금 회수를 위해서는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한국가스공사가 요금 인상 요인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쌓인 민수용 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 9조원을 올해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2분기부터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39원을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수용 가스 소매요금(19.69원)에 대입하면 현재 요금의 3배까지 올려야 하는 셈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서민 물가 부담을 의식하며 요금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 단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도시가스 요금은 30% 정도 올렸는데, 그럼에도 겨울철 '난방비 폭탄' 문제로 번졌다. 정부는 경기 상황이 악화되거나 물가 불안 요인이 있으면 원료비 연동제를 당분간 유보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7월부터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한 바 있다.
문제는 원료비 미수금이 늘어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차입금도 증가하고 있고, 금융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차입금은 43조5342억원으로 2021년에 비해 64.3% 늘어났다. 외화 차입금은 지난해 말보다 1조6297억원 줄었지만 원화 차입금은 2조가량 늘어나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요금 인상을 미룰 수록 한국가스공사의 체력적 부담도 더해지는 상황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요금 정상화 등 여러 조치들이 시행되더라도 미수금 전액 회수까지 과거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