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현대카드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SC제일은행과 연 10%대 고금리 적금 이벤트를 진행 중이지만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년 만기 기준으로 매달 최대 월 20만원의 금액을 불입하고 11만원 가량의 이자를 받기 위해서는 현대카드로 매달 30만원 이상 결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현대카드와 제휴해 이달 말까지 모바일우대적금에 가입자에게 특별금리를 주는 이벤트를 시행합니다. SC제일은행의 1년 만기 모바일우대적금에 월 20만원 이하로 가입한 고객이 조건을 충족하면 특별금리 7.0%p를 만기에 적용해 최고 연 10.7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특판 금리가 10%대라고는 해도 월 불입금이 20만원으로 한정돼있어 실질적으로 받는 이자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만기 1년기준 월 적립액 20만원으로 연 10.75%의 최고 금리를 적용하면 세후 수령액은 251만8228원으로, 11만822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금리 혜택에 혹하기 쉽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꽤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이벤트 대상 고객은 'SC제일은행-현대카드 M BOOST' 카드를 발급받고 모바일우대적금 가입 3개월 이내로 연속 6개월간 매월 30만원 이상 카드를 사용해야 특별금리 7.0%p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특별금리 적용 대상은 이벤트 기간 직전 6개월간 현대카드 신용카드의 결제 이력이 없는 고객입니다. 이 부분은 현대카드의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조건들이 적용되지 않은 모바일우대적금은 연 3.15%의 기본금리를 제공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신규가입자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이후 한 달간 신규 발급된 카드는 약 35만5000장입니다. 전년 동기간(약 13만8천장) 대비 156% 증가한 건데요. 당분간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독점효과를 누리는 만큼, 카드사로서는 신규 고객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현대카드와 달리 타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참여에 관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0.15%의 높은 결제 건당 사용 수수료와 전국 10%대의 NFC(근거리 무선 통신)단말기 보급률, 교통카드 기능 부재 등이 걸림돌입니다.
특히 최근 애플페이가 촉발한 삼성페이 유료화 가능성에 카드업계는 현대카드를 향한 '원망'까지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문제로 애플페이에 참여하지 않기도 힘들지만 어차피 높은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 업계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최근 삼성페이도 애플페이 따라 수수료를 올릴 가능성도 나와 피가 마르는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현대카드로서도 실제 수익 증대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애플페이 출시 이후 한 달간 현대카드의 신용카드는 23만7000장, 체크카드는 11만8000장이 신규발급됐는데요.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체크카드 발급실적은 32만2000매로, 체크카드의 약 36.6%가 애플페이 이후 발급됐습니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MZ세대의 체크카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의 주 사용층인 MZ세대는 신용카드 주 사용층보다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익 증대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