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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미래가 어떤지 봐주세요"
입력 : 2023-05-05 오전 10:46:16
"그래서? 사주 어디가 잘 본대? 사주 선생님이 뭐래?"

신년맞이 등 화제거리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 모임방에 꾸준히 올라오는 말이 있습니다. "사주 어디가 잘 봐?". 신년운세부터 회사 내 고민, 이성간 연애 고민, 결혼 고민 등 이슈가 생길 때마다 '선생님'을 찾곤 하는데요. '모 출입처 회사 전체가 봤다더라, 우리 이모가 본 곳 중 최고라더라' 등 기자들은 최선을 다해 적임자를 찾아주곤 하죠. 
 
기자는 직업 자체가 '궁금한 것을 묻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에 최적화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오지 않은 미래를 궁금해하고, 자신의 인생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직업적 특성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서도,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정해지 않은 미래와 인생을 예견하고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다니요. '오죽하면' 싶어 웃기기도, 짠하기도 합니다.
 
달마다 사주를 확인한다는 A기자는 "안 그래도 맨날 기사 쓰면서 이 정보가 맞나 안 맞나 체크하는데, 나도 누군가 '맞다 안 맞다'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애환을 토로했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사주를 보고 왔다는 B기자는 "불확실한 것투성이인 세상에서 내 미래도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눈을 반짝이고요.  
 
'비나이다' 정월대보름에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인근 하늘에 뜬 보름달(사진=뉴시스)
 
대학 시절, '한국 무교의 이해'라는 종교학과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큰 생각 없이 수강 신청했는데 막상 들으니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그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예전의 무교가 오늘날의 심리상담소, 그리고 '이해'의 역할을 자처했다'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사주팔자와 무교 등은 근본적인 역할이 같을 수는 있어도 깊게 들어가면 다른 영역입니다)  
 
교수님 말에 따르면 인생은 '이해가 안 되는 것투성이'입니다. 특히 고대에는 더했죠. 번개가 어떻게 치는지, 해가 왜 뜨고 지는지, 어느 때 홍수가 나고, 왜 사람들끼리 미워하고 사랑하며, 어떻게 사람이 죽는지까지 정확한 정답을 몰랐으니까요. 어느 시절이건, 답답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답'이었습니다. "이래서 그렇다!"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됐을까요.    
 
여유가 없는 현대사회, 선생님의 역할은 지금에서야 더 가치가 높아졌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결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의 결정을 대신 내려주거나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시켜 주는 것은 얼마나 수월한 길인가요. 
 
다만 선생님의 '선택'이 자신의 삶을 넘어 타인의 인생이나 나라의 미래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왜인지는... 다들 아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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