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오는 31일 가동되는 가운데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50여개 금융사들이 대출금리 경쟁을 펼치게 되는데요. 제2금융권의 경우 1금융권과 대출금리, 한도 등에서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우량 신용점수 위주의 대출을 취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하는 23개 플랫폼 업체들은 은행·저축은행·카드·캐피탈 등 53개사와 제휴를 맺고 오는 31일부터 대환대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대출 상품들을 온라인으로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금융 회사간 대출을 비교한 뒤 영업점 방문 없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는 처음입니다.
금융당국은 플랫폼이 첫 발을 떼면 금융사에서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해 소비자에게 금리 인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금리보다는 한도를 높이는 식으로 갈 것 같다"며 "플랫폼이 열리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사이에서도 경쟁 압박이 생기니까 무기를 챙겨야할텐데 주 무기는 금리니 결국 금리가 내려가 은행권 경쟁 촉진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저신용자들이 이 플랫폼에서 소외되며 결국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제1금융권과 대출 상품을 놓고 경쟁해야하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대출 금리와 한도를 내놓기 위해 지금보다 대출 문턱을 더 높여 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결국 신규 대출을 받을 여력이 있는 고신용자만 대출받고, 또 이를 갈아타기 쉬워질 뿐 중저신용자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차주 입장에선 대환대출이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연체율 관리가 필요한 신규 대출자 취급이기 때문입니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같은 고객을 두고 누가 더 많이 가져가냐 식의 '제로섬게임'이니까 고신용자는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을 테지만 중저신용자에겐 신규 대출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대출을 더 받을 여력이 있는 차주 가운데 금리를 낮추는 게 목적이라면 기존에 거래하는 은행에서 금리 인하권을 요구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며 "신용점수, 소득 등을 감안해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차주들은 대부업체 등 제도권 밖에서 차입하지 말고 신용회복위원회 문을 두드려서 해결하는 등 금융소비자들이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 대출 창구(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