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자구안과 요금 인상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데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올해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을 지속 조정해왔지만 누적돼 온 요금 인상 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자구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전은 지난 12일 건물 등 자산 매각을 통해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고강도 자구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비상경영체제 돌입 직후 발표했던 자구책(5개년)보다 목표액이 5조6000억원 상향됐습니다.
한전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5조8000억원과 32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6조1776억원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손실만 이미 45조원에 육박합니다.
지난해 기준 부채는 192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조원 폭증했습니다. 부채비율은 459.1%에 달합니다.
한전 누적 적자 규모가 45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자구안 대로 3년 내 25조원을 아껴도 흑자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결국 영업이익 흑자를 위해선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한전이 재무위기 개선을 위해 추산한 올해 적정 요금 인상 규모는 킬로와트시(㎾h)당 51.6원입니다. 이는 지난 1월 산업부와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을 따진 결과입니다.
적정 요금 목표액 달성을 위해서는 매분기 13.1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오는 2026년까지 동일한 수준의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그나마 적자를 털어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부는 지난 1분기에 ㎾h당 13.1원을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발표한 전기요금은 ㎾h당 8원 인상입니다.
㎾h당 8원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부도 시기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 현실적인 대안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자구안과 인상카드를 발표했지만 경영난 해소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진은 한전 지역본부(좌)·가스공사 천연가스 기지(우) 모습. (사진=뉴시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전기요금이 kWh당 7원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2분기 영업손익은 1조2000억 원 손실로 적자 지속을 전망한다"며 "요금 인상분이 4∼5월에 소급이 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상 효과는 실제 2.3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자구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판단한다"면서 "총자산 235 조원 대비해서 출자지분 매각(0.8 조원), 부동산 매각(0.7조원)등 비영업자산 매각 규모를 비교하더라도 총자산순이익률(ROA)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업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만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11 원/kWh)을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2분기 요금 인상 폭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추후 요금 인상 압박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도 앞둔 정치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쉽사리 요금을 올리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h당 올해 1분기 13.1원, 2분기 8원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대규모 손실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분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가스공사의 민수용(주택용) 누적 미수금은 지난해 말보다 3조원 늘어난 11조6000억원에 이릅니다. 작년 말 8조6000억원보다 3조원이나 급증했습니다.
미수금은 회계 장부상 자산이지만 가스공사가 수입한 가스 가격보다 판매 가격이 낮아서 발생한 일종의 영업손실입니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39원 인상해야 한다고 올해 초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도시가스 요금은 MJ당 1.04원 인상입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2022년 말 8조6000억원을 기록한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11조6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누적된 미수금 회수를 위해서는 도시가스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인상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독립적인 요금체계가 확립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에너지요금 결정체계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창양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추진 중인 에너지 가격 결정 방식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기·가스 요금 결정체계를 수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각종 자구안을 내놨으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은 우편함에 꽂힌 가스·전기·상수도 청구서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