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3개월만에 다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가스요금에 이어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대중교통 수요를 줄이는 요금 인상 대신 정기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 3개월만에 교통비 인상 재추진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다음달 물가대책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인상안은 당초 300원이 거론됐으나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우선 절반만 인상한 후 나머지는 추후 논의할 계획입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후보자는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4월에 300원을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서민 물가 상승 부담 등의 이유로 미뤄졌다”며 “이를 분리해 올해 하반기 150원을 인상할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8년 만입니다. 현재 수송원가 대비 요금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누적된 적자가 상당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월 서울시는 올 상반기 요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서민 가계부담 완화를 이유로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맞춰 연기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연이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발표한 가운데 생활비와 직결되는 교통비 인상이 이뤄지면 가계 부담 가중을 피할 수 없습니다.
독일 전역에서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드 티켓'(사진=AP, 뉴시스)
시민단체 “정기권 등 대안 찾아야”
시민단체는 교통비 인상 대안을 찾으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서울시에 주어진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설득하거나 부담을 줄이려는 대안을 찾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우리 모두의 공공교통’을 조직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서울시장을 대상으로 시민 공청회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시민단체들이 얘기하는 대안 중 하나가 정기권 혹은 무제한 티켓입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독일은 월 49유로(약 7만2000원)를 내면 고속철도를 제외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켓’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미 300만명이 넘게 티켓을 구매했으며, 560만명의 신규고객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앞서 시범사업에서 출퇴근 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다 국내 여행을 활성화시키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인하는 등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오스트리아는 2021년 ‘클리마 티켓’을 도입해 하루 4500원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룩셈부르크는 2020년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전국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만들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세종시가 2024년 9월부터 시범적으로 출퇴근 시간대 버스요금 무료화 정책을 시행할 방침입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요금을 올려버리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드니 대중교통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정기권을 도입해서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시켜야 된다”라며 “외국 도시들의 경우에는 대중교통 운영 관련 예산에 재정의 3%를 쓰는데 서울은 1.1%에 불과해, 3% 정도면 정기권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