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에 대해서 저항할 것을 선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그에 대한 반발로 간호사 3만여명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얀 물결로 가득 찬 광화문에는 "간호법을 제정하라", "복지부의 거짓선동 국민건강 무너진다" 등의 외침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1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전국 간호사들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박한솔 기자)
전국 간호사 3만여명 광화문 거리 '가득'
무더운 날씨에도 이들이 이렇게 길거리로 나온 이유는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의료계와 간호사계 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의사단체는 법이 통과될 경우 간호사와 의사 간 업무 영역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모인 수만명의 간호사들은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즉시 간호법 제정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간호사들은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저항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간호법은 이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각 직역의 요구와 우려사항을 반영해 대안을 마련했고, 여야 국회의원 179명이 찬성해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그러나 뒤늦게 중재에 나선 국민의힘의 중재안은 간호법을 형해화하는 수준이었고, 보건복지부는 객관적인 중재보다 왜곡된 주장으로 갈등을 방임하고 조장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정과 상식에 근거한 정의로운 결정을 기대핬지만 여당과 정부는 간호법이 위험한 법이자 분열만 일으키는 악법이라는 가짜프레임을 덧씌워 결국 간호법 거부에 이르도록 한 것"이라며 "그간의 모든 진실을 국민들께 소상히 알리고,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간호법의 진실이 감춰지고 거짓에 기반해 국가 중대사가 결정됐다"며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 약속을 어겼고 복지부는 간호법 가짜뉴스 확산에 앞장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간호사 A씨는 "오늘 1시에 퇴근하고 다같이 광화문으로 나왔다"며 "다른 나라는 이미 몇십 년 전 간호법을 제정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런 상황이니 창피할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집단행동에 병원 의료공백 우려…차질 없어
이날 대규모 집회에 따라 우려를 낳았던 병원 의료공백은 다행히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호사들이 연차 등을 사용해 이날 궐기 대회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와 병원 상황을 고려해 근무가 필요한 이들은 자리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날부터 간호사들은 대리처방과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 등 10가지 불법 의료행위를 거부키로 결정했고, 향후 추가 총궐기 대회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의료 공백 사태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도 내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이날 근무하기로 했던 분들은 다들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은 진료에 차질이 없었지만, 만일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1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간호사들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박한솔 기자)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