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정부가 청주국제공항을 중부권 거점공항이자 행정수도 세종시의 관문공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장기간 예산을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군(軍)이 슬롯(항공기 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을 민간항공사에게 확대해주지 않아 공항 활성화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군겸용 청주공항은 평행유도로 완공과 군 전용 활주로 재포장 등을 통해 기존 15회였던 슬롯이 30회로 늘었습니다. 평행유도로가 있으면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슬롯 확대 여건이 만들어집니다.
청주공항, 지난해 이용객 수 개항 이래 역대 최대 기록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청주공항 이용객수는 △2020년 197만863명 △2021년 262만8257명 △2022년 317만4649명(개항 이후 역대 최대)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용객의 순환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더 많이 뜨고 내려야 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슬롯이 확대돼야 합니다.
‘청주공항을 세종시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목표한 정부도 슬롯 확대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2017년 200~300억원을 투입해 평행유도로를 만들었고, 2019년엔 군 전용 활주로를 재포장했습니다. 그 결과 슬롯이 30회로 확대되었습니다. 민간항공사의 슬롯만 제자리걸음입니다.
업계안팎에서 청주공항에 항공사들 유입 확대와 속도가 가파른 점을 미뤄볼 때, 군의 슬롯 양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청주공항 슬롯은 평행유도로 등으로 2배가 됐지만 항공사들의 슬롯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슬롯 부족에 따른 불편함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포장 등을 통해 슬롯이 확대되자 군은 민항기 배정기준을 완화해주었습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슬롯을 확대해준 것이 아니어서 이용객 편의성에도 큰 도움은 안 된다고 합니다.
“민항기 배정기준 단축 아무 의미 없어”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공항청, 청주공항출장소, 항공공항 스케줄 사무소(KASO) 등이 제기한 슬롯 배정기준 개선 요청이 청주 군기지 운항시각협의회(협의회)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슬롯은 늘지 않았습니다. 협의회는 민항기 배정기준을 10분에서 5분으로만 조정했습니다.
일례로 현재 청주에서 운항하는 항공사는 6개로 이들이 슬롯 6회(평일)를 나누어 사용합니다. 1시간에 항공사별 1대의 항공기만 띄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협의회가 민항기 배정기준을 5분으로 단축한 것을 적용하면, 60분에 6번 뜨고 내릴 수 있던 것이 30분으로 주는 것뿐입니다. 슬롯 6회를 30분에 다 쓸 수 있는 것일뿐 실제 슬롯이 확대되지 않아 이용객 편의성 확대 등은 어려운 것입니다.
국내항공사 한 관계자는 “충청북도가 공항을 명실상부한 세종시 관문공항으로 키우려는 노력 일환으로 2017년도 평행유도로 등을 설치했지만 군이 민간항공사의 슬롯을 늘리지 않는 한 공항 활성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주에는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들뿐 아니라 세종시 공무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이 가장 이용하기 좋은 공항이 청주국제공항”이라며 “군가안보가 우선되어야하지만 안보와 함께 경제 성장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군이 민간항공사에게 슬롯 절반을 할당해서 상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1997년 4월 28일 4번째 국제공항으로 문을 열기 전까지 청주공항은 군(軍)공항이었습니다. 포화상태인 김포국제공항 대체할 중부권 거점공항으로의 비상을 꿈꿔왔습니다. 2007년 연간 여객 100만명 처음으로 돌파해 2015년 211만명 여객이 찾아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연간 이용객 수 역대 최다인 317만4649명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청주공항 국제선이 차례로 재개될 전망이어서 이용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풀이됩니다.
청주국제공항.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