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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변종 복귀?…4대그룹도 황당
전경련-한경연 합병하면서 4대그룹 복귀 타진
입력 : 2023-05-22 오후 3:12:3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연구원과 합병하면서 4대그룹 회원사 복귀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경련을 떠났던 4대그룹이 한경연 회원으론 남아 있어 합병을 통해 자연스런 전경련 복귀를 유도하는 식입니다. 4대그룹이 이를 요청받고 검토 중인 가운데 한쪽에선 이런 방식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도돼 그룹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복귀하려면 국민 지지와 공감대가 필요한데 어물쩍하는 방식은 상식선을 벗어난다는 게 중론입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으로부터 한경연 합병을 통한 회원사 복귀 요청을 받고 삼성, SK, 현대차, LG 4대그룹이 검토 중입니다. 일각에서 복귀가 확정된 것처럼 보도됐지만 아직 검토단계라는 것입니다. 그룹 내부적으로 정해진 게 없는 상태에서 확정 보도가 나오자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4대그룹 “정해진 건 없어”
 
한 4대그룹 관계자는 “현재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렇다고 전경련과 한경연이 합병하면 전경련 회원사로 복귀되는 식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복귀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그룹들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경련도 공식적으론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합병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관련 정부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며 “4대그룹 회원사 복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복귀설이 퍼지는 것은 은연 중 압박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일단 합병이 이뤄지면 4대그룹이 한경연 회원 가입 형태를 바꿔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전경련에 비해 한경연 회비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합병으로 인해 회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는데 그 부분을 형식적으로 회원사 복귀와 연결지을 수도 있지만 복귀를 단정하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 방안이 논의되면서 전경련과 4대그룹은 여론 반응을 살피는 눈치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밝힌 쇄신안에 대해 공감대와 여론지지가 선행돼야지 두루뭉술하게 한경연 합병으로 복귀문제까지 넘기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논의가 재계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현 정부와 관계가 깊은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종용하는 식인 것도 재계에 위화감을 만듭니다. 김 대행 부임 전에는 윤석열 대통령 참석 주요 행사에 패싱되던 전경련이 미국과 일본 정상회담 일정을 주도하고, 그런 다음 한일 미래기금 참여나 회원사 복귀 등을 요청하는 게 정치화된 행위로 비칠 수 있어서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 중에서도 저마다 사정이 달라 복귀를 원하는 곳과 중립 혹은 반대하는 곳들이 있다”며 “설사 복귀를 원해도 여론 때문에 먼저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론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4대그룹 동시 복귀만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따라서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방식은 일종의 대안처럼 보이지만 되레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쇄신 방안이 복귀 방식으로 변질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재계 소통창구를 바꾸려는 것이란 해석도 낳습니다. 정부가 기존 대한상공회의소 역할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시각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 성향 그룹들이 갈렸듯이 이번에도 각 그룹과 윤석열정부 간 복잡한 역학구도가 물밑에 작용한다는 소문들이 분분합니다.
 
대한상의에 비해 전경련의 대정부건의가 좀 더 재계 이권을 대변하는 성격도 있습니다. 최근 김병준 대행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 인사들과 만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건의했습니다. 여기에는 연구개발 세액공제율 확대, 상속세율 인하, 투자 기업 소득 환류, 법인세 인하,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재검토,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지주회사 자회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투자 허용, 지주회사 금융회사 보유 규제 완화 등이 담겼습니다. 건의 내용들이 대규모 기업집단들의 주요 현안입니다. 이런 면에서 재계에서도 대정부 청원 역량을 전경련에 모아야 한다는 정책 수요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민원이 전경련을 통해 기금 확대 등 자칫 대가성으로 연결될 구도는 쇄신 과제였던 정경유착을 연상시켜 딜레마입니다. 앞서 전경련이 제시한 한국경제인협회로의 명칭 변경,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한경연 흡수통합 등 쇄신방안도 본질적 개혁이 아닌 4대그룹을 복귀 용도의 꼼수로만 폄하될 수 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전경련과 한경연 합병으로 4대그룹 회원사 복귀가 이뤄지는 방안에 대해 "결국 국정농단 사건 이전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신정경유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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