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5: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남양유업(003920)과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법정 공방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앤코 승리가 점쳐지면서 향후 남양유업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최종 인수한 이후 기업가치 제고보다 건물 매각이나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개선 이후 다시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모펀드의 경우 바이아웃(기업 인수후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전략을 펴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본사. 출처/뉴시스
23일 법원에 따르면 이달 12일 남양유업과 한앤코 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주심대법관과 재판부가 배당됐으며 지난 13일부터 법원은 남양유업 측 상고이유와 법리검토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6~7월경 대법원 판결이 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지만, 재판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피고소가 2072억원…시가총액 57.21%
이번 소송전은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가 약정을 위반했다며 매매계약해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남양유업이 보유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게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주식양도소송을 냈다. 해당 소송에 붙은 피고소가는 약 2072억원으로, 이는 남양유업 시가총액(3622억원)의 57.21%에 이르는 비중이다. 다만 피고소가는 재판 결과와 판결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동될 수 있다.
현재까지 한앤코를 대상으로 한 경영권 분쟁에서 남양유업은 참패를 당해왔다.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세 차례의 가처분 소송, 지난해와 올해 초 이뤄진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앞서 올해 2월 이뤄진 2심에서도 남양유업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홍 회장 측이 패소할 경우 피고소가 약 207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한앤코, 인수 후 재매각 전망…과거 웅진식품 전력도
대법원에서도 앞선 1·2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남양유업은 새로운 경영진으로 한앤코를 맞이하게 된다. 판결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후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매각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13년 한앤코가 웅진그룹을 인수한 후 2018년 말 웅진식품 지분 74.75%를 약 2600억원에 대만의 유통기업 퉁이그룹에 매각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한앤코는 활발한 매각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한앤코는 보유 중인
HMM(011200), 쌍용레미콘, SK해운 등 24개 기업 중 SK해운 유조선 사업부,
케이카(381970) SK에코프라임, 쌍용레미콘 등 다수 기업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앤코가 갖고 있는 기업수 대비 보유자산은 많지 않은 편이라 남양유업도 매각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앤코는 현재 비상장사인 만큼 구체적인 매출과 부채 규모 등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한앤코 측은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남양유업이 현재 상장사이고 소송 중인 사항이라 답변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실적 하락에 재무상태도 악화…제값 받기 미지수
남양유업은 올 1분기(별도기준) 235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2305억원)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0억원에서 141억원으로 29.50% 감소했다. 2020년 3월 25만1026원까지 급락했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실적회복 등의 영향으로 이달 22일 50만3000원까지 올랐다.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간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2021년 '헐값매각' 논란 당시보다는 남양유업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낮아진 상황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남양유업은 이익잉여금 2020년 대비 16.53% 감소한 7358억원, 유동자산은 23.12% 줄어든 3615억원으로 나타났다. 유형자산은 1938억원으로 20.70% 줄었다.
앞서 2020년 말 기준 남양유업은 이익잉여금만 8815억원,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470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무형자산을 제외한 유형자산 순장부가액만 2444억원에 달했다. 당시 한앤코는 남양유업 오너가 지분 약 52%에 대한 주식매매대금으로 3100억원을 제시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