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진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주요국 전략 산업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취약성 시나리오를 보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동참해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을 최대 0.6%포인트 줄일 수 있습니다.
동참하지 않을 경우 중국발 무역 제재로 인한 GDP 감소 폭이 최대 0.016%포인트 감소하는 데 불과하다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발간한 '2023 상반기 글로벌경제리뷰'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정책으로 인한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중국발 무역 제재로 인한 우리 경제의 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미미하나, 우리가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는 경우 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다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지난해 8월에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EU는 지난해 2월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를 발의한 후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2월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제안한 후 잇달아 후속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KDI는 미국과 EU 정책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에 따른 한국의 중국발 무역 충격에 대한 취약성 감축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반도체·배터리 산업에서 미국과 EU가 중국과 교역을 중단하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2024년 기준에 따라 해당 산업의 60%를 북미로부터 조달하는 내용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반도체·배터리 산업에서 미국과 EU가 중국과 교역을 중단하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2029년 기준에 따라 해당 산업의 100%를 북미로부터 조달하는 내용입니다. 이 시나리오에는 미국이 제안한 칩4(CHIP4) 반도체 동맹국, USMCA 협정국인 한국, 대만,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도 중국과의 해당 산업의 교역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발간한 '2023 상반기 글로벌경제리뷰'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정책으로 인한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중국발 무역 제재로 인한 우리 경제의 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미미하나, 우리가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는 경우 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다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감만부두. (사진=뉴시스)
보고서는 각 시나리오를 통해 재편되는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체제에서 중국발 무역 제재가 발생할 때 우리 경제가 받는 영향을 기존 공급망 체제에서의 영향과 비교했습니다.
임희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중국발 무역 제재에 대한 취약도는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경로를 통해 한국 GDP가 받을 영향으로 계산했다"며 "공급망 재편의 효과는 공급망 재편 전후 중국발 무역 제재에 대한 취약도의 차이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스트림 경로는 중국발 무역 제재가 발생할 시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생산이 감소하는 영향을 의미합니다. 다운스트림 경로는 중국발 무역 제재로 인해 중국의 우리나라 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영향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대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경우 다운스트림 경로가 일부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GDP 감소 폭 축소는 0.004~0.016%포인트로 크지 않은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임희현 연구위원은 "중국의 반도체 및 배터리 생산액 중 대미국·대EU 수출 비중은 각각 1%에 불과해 주요 정책으로 인한 중국 반도체·배터리 생산 감소 영향은 크지 않으며 이에 따른 우리나라 대중국 반도체·배터리 중간재 수출 감소 영향 또한 크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시나리오대로 공급망이 재편되면 GDP 감소 폭이 0.427~0.641%포인트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경로 모두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 반도체·배터리 생산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23.8%에 달하는 등 중국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우리가 직접 중국과의 전략 산업 교역을 중단할 시 중국의 무역 제재에 노출되는 비중은 많이 감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더불어 다른 동맹국 또한 중국과의 반도체·배터리 교역을 중단해 관련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영향이 포함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이번 결과는 전략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대외 충격에 대한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자체적인 공급망 재편 노력이 중요함을 시사한다"며 "주요국의 공급망 정책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대내적으로는 전략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책 수단을 도입하고 대외적으로는 양자·다자 간 국제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 비중은 GDP 대비 13%에 달하고 중간재 수입의 중국 비중은 20.5%로 가장 높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발간한 '2023 상반기 글로벌경제리뷰'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정책으로 인한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중국발 무역 제재로 인한 우리 경제의 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미미하나, 우리가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는 경우 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다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반도체·친환경 산업 공급망 정책.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